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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 너에게 나는

너에게 나는 

교보문고 전자책 스마트폰 태블릿
저자
나태주
출판사
열림원
출간일
2023.08.21
평점 및 기타 정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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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0 Page 이용가능환경 PC, 스마트폰, 태블릿
서비스형태 EPUB 파일크기 24 M
대출 3 / 3 예약 1
  • 출판사 서평

    “너와 나의 마음뿐이다
    그것만이 정말로 세상에 있는 것이다”
    나를 이루는 모든 ‘너’에게 전하는 나태주 사랑시집

    나 오늘 너를 사랑함으로
    세상 전부를 사랑하고
    세상 전부를 알았다 말하리.
    - 「고백」 부분

    맑고 애정 어린 목소리로 작은 존재들의 곁을 지켜온 풀꽃 시인 나태주의 모음 시집. ‘너’가 들어가는 시 171편을 한 권에 모았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고 다시 호명하고 때로 그리워하며 돌아 나오는 이 시집은 ‘나’를 이루는 모든 ‘너’들을 위한 고백과 같다. “나는 너에게 무엇이었을까? 무엇으로 존재해야 좋을까?”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나태주 시인의 다정한 대답이기도 하다. ‘너’로부터 시작해 멀리까지 뻗어 나오는 사랑의 가지들 사이에서 우리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지지 않고/내일도 시들지 않을”(「소녀 1」) 마음을 받아 들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1부 ‘오늘 너를 만나’는 “가다가 다리 아프게 가다가/멈춘 자리/그곳에서” 너를 만나 행복했음을 노래하는 시들을 담았다. 온 마음이 너로 채워지던 순간은 그 자체로 고유하며, 그렇기에 때로 애달픈 기억이 된다. 2부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은 너에게서 얼마간 멀어져 그리워하는 나날로 채워졌다. 그러나 시인은 언제나 “너를 생각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내가 너를 생각하고 잠시나마/너를 사랑했던 일이 세상에서/가장 좋은 일이었음을/나는 잊지 않는다.”(「날이 저문다」) 이어지는 3부 ‘너는 흐르는 별’은 비로소 너와의 여정이다. “너를 안으면 별의 냄새”(「별을 안는다」)가 느껴진다고 말하며 시인은 걸음을 옮긴다. 오래 빛나는 마음을 안고 다양한 사랑의 면면을 지나, 4부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에 이르러 너와 내가 결국 ‘우리’가 될 때까지.
    나태주 시인의 지난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 이어 일러스트레이터 ‘오아물 루(Oamul lu)’가 표지 그림을 그렸다.


    “그것은 처음부터 내가 너이고
    네가 또 나였기 때문이란다”

    어찌 너의 어여쁨만
    사랑한다 하겠느냐
    어찌 너의 사랑스러움만
    아낀다 하겠느냐

    (…)

    그리하여
    나는 날마다 순간마다
    너의 모자람을 끌어안는다
    너의 실패 너의 슬픔을
    나의 것으로 한다

    드디어 너는
    나와 하나가 된다.
    - 「그리하여, 드디어」 부분

    “너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며 오직 한 사람일 뿐인 내가 살아가는 데에는 “모든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시인은 말한다. 시마다 등장하는 무수한 ‘너’들은 존재만으로 나를 살아 있게 한다. “너는 낯선 풀밭이 되어 내게로 왔다.”(「막동리소묘 169」) “가슴에 조그만/등불이” 켜지게 하고 “말랐던 샘물에/물이”(「이른 봄」) 고이게 한다. 이때 시인은 네가 무엇이기를 바라기보다 ‘너에게 나는’ 무엇일 수 있는지 끊임없이 사유한다. “나는 너의 바람막이 팔을 벌려 예 섰으마.”(「별곡집 119」) 그리고 다정히 묻는다. “너 같은 아이를 사랑해주지 않고/누구를 사랑해주겠니.”(「그건 시간문제」) 이렇듯 너라는 타자를 경유해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이곳은 넓어진다. “네가 사는 세상조차/선물이다.”(「선물」) 이제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으면 시인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기쁨과 아름다움은 너의 몫이다/너 그대로 있거라/그냥 그대로 있거라.”(「몫」)

    “너는 흐르는 별
    나도 또한 흐르는 별”

    그리하여 너와 나는 함께 흐른다. “이제는 네가 아니고/나이기도 해.”(「너는 나」) 우리일 수 있다. “우리에게 다시 올/너와 나의 마음뿐이다./그것만이 정말로 세상에 있는 것이다.”(「빛 보는 마음?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14」) 힘든 날 집으로 돌아가 편안히 잠들 듯이. 한밤중에 까닭 없이 깨어 목마른 화분에 물을 주는 마음으로. 너와 함께라면 “막막한 이쪽과/적막한 저쪽”(「인생」)을 건너 그다음으로 향할 수 있다. “그 떨림의 세상이 하나하나 들판의 새싹들을/일으켜 세우는 힘이”(「봄비가 내린다」) 되고 내일이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러니 “어제 만난 것들을 오늘 또/만난다 생각 말자”(「너는 흐르는 별」)고. 너와 나는 매일 새롭게 만나고 새롭게 반짝이므로. 늘 있는 그대로 너를 바라보는 일이 결국은 사랑임을 알 때, “사랑을 사랑”(「가을 햇빛 아래」)할 때 “날마다 그렇게 우리는/기적의 사람들”(「날마다」)이 된다. 비로소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언제나 내 앞에 있는 너는/최초의 사람이고 또/최후의 사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