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이후 오에 겐자부로가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일본을 무대로 잡지에 연재한 이야기를 묶은 책. 당시 작가가 겪은 현실과 과거, 앞서 죽은 이들에 대한 기억, 발표해온 작품들 속 허구가 뒤섞이며 편지와 인터뷰, 대담 등 여러 형식으로 전개되는 자전적 소설이다. 집필 과정을 소상히 드러내는 한편, 여러 화자의 시선과 목소리를 중첩시킨 메타소설이자 다성소설로, 오에의 인생과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담아냈다.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파국적이고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미래 세대를 향한 희망을 잃지 않았던 오에 겐자부로. 그가 남긴 마지막 소설 『만년양식집』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하여 반발과 논쟁이 격화된 지금, 더욱 절실하고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줄 것이다.
大江健三郞
1935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났다. 1954년 도쿄대학에 입학해 불문학을 공부했고, 특히 사르트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도쿄대학신문〉에 게재한 단편 「이상한 작업」으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1958년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1963년에 태어난 장남 히카리의 지적 장애를 계기로 작품세계에 큰 변화를 맞았고 『개인적인 체험』 등에서 이를 주요하게 다루었다. 이후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르포르타주 『히로시마 노트』, 1960년의 안보 투쟁을 그린 『만엔 원년의 풋볼』, 천황제와 핵 문제를 고찰한 『핀치 러너 조서』를 발표하는 등, 전후 일본 사회의 불안한 상황과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 의식을 작품에 담아냈다. 솔제니친과 김지하의 석방 운동에 적극 참여해 실천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주었으며,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많은 소설과 수필, 평론을 발표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1994년, 일본 정부가 문화훈장과 문화공로자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하자 “나는 민주주의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2002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반전과 평화, 공존을 역설해왔다.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이후 반원전 운동에도 앞장섰던 그는 2023년 3월 3일 영면에 들었다.
화두 _7
여진이 이어지다 _11
세 여자가 쓴 또하나의 이야기(1) _22
하늘에서 괴물이 내려오다 _34
세 여자가 쓴 또하나의 이야기(2) _48
아사가 행동에 들어가다 _59
세 여자가 쓴 또하나의 이야기(3) _90
산초 판사의 회색 당나귀 _100
세 여자가 쓴 또하나의 이야기(4) _118
파국 위원회 _126
망자들의 그림자가 짙어지다 _157
‘세 여자’가 이제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 시작하다 _180
익사자를 낸 플레이 치킨 _198
영혼들의 모임에 자살자는 참여할 수 있는가? _227
오십 년 만의 ‘숲의 신비’의 음악 _267
나는 다시 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살 수 있다. _320
해설 | 오에 겐자부로, 기도하는 언어 _343
오에 겐자부로 연보 _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