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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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과 교수인 저자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사건과 인물들의 흔적을 찾아 중국의 16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삼국지 문화유적지 48곳을 직접 답사하고 쓴 책이다. 소설 속의 현장을 찾아보는 것은 물론, 명 · 청대에 소설화되기 이전 단계의 삼국지 이야기 변천 과정과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민간 신앙과 설화를 통해 『삼국지』의 진실과 허구, 삼국 문화유적의 의미 등을 되새겨볼 수 있도록 하였다.동한(東漢)이 멸망하고 존재했던 위, 촉, 오 삼국의 실제 역사는 진(晋)대의 진수(陳壽)에 의해 역사서 <삼국지>로 기록되었다. 당(唐)대에 이르러 <삼국지> 이야기는 민간인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퍼지게 되었고, 송(宋)대를 거치면서는 대중극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어 곳곳에서 공연되었다. 특히 직업적인 이야기꾼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대본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역사서와는 많이 달라진 이 대본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소설 <삼국지>의 초기 형태이다. 원(元)대에 소설의 전 단계인 <전상삼국지평화>라는 평화(評話)의 형태로 유행하고, 이에 근거하여 원대 말에 나관중이 <삼국지통속연의>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청(靑)대 초기에 모종강이 나관중 본에 근거해 <삼국지연의>를 120회의 대작소설로 정리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삼국지> 저본이다.

이렇게 삼국의 이야기가 민간에서 널리 유행하고 소설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허구적 요소가 가미되고 민간인들의 정서가 반영되었다. 그 한 예로, 중국 현지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관우의 신격화를 들 수 있다. 중국에서는 충의의 화신으로 아려져 있는 관우에 대한 일반인들의 믿음은 대단하다. 공자의 사당보다도 관우를 모신 사당이 훨씬 많으며, 사람들은 관우 신 앞에 가서 복을 빌고 화를 물리쳐 줄 것을 기원한다. 이는 어느 정도 봉건 정치인들의 의도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삼국 시대 이후 당대부터 명, 청대에 이르기까지 봉건 지배층은 용맹한 장수이면서도 충성과 의리를 중요시 여기는 관우와 같은 인물을 높이 떠받듦으로써, 사회를 결속하고 사람들이 지배층에 충성을 바치도록 하는 효과를 노렸다. 그래서 관우는 청대에 이르러서는 거의 신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된다. 이러한 민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소설 <삼국지>에도 관우가 등오의 장수 여몽의 계략에 빠져 손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후, 한을 풀지 못해 지상을 떠돌다가 결국 신으로 화해 하늘로 올라가는 대목이 나온다.

지은이는 조조 세력의 중심부였던 허창(소설에서는 허도)과 낙양, 삼국간에 수많은 전쟁이 치러져 아직도 많은 유적이 남아 있는 호북성의 양번, 장강변의 형주, 홍호, 적벽, 무한, 악주, 당양, 의창, 석수, 공안, 유비의 근거지였던 사천성의 성도, 운양, 봉절, 산서성의 운성 등을 돌아보고, 소설의 내용과 대비시켜 우리가 미처 몰랐거나 왜곡되게 알고 있었던 사실, 소설 속의 허구적 요소, 진실인지 가짜인지 가려낼 수는 없지만 아무튼 현지인들이 진짜 유적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 등을 흥미롭게 서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