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깊은 산중의 절에 있으면 너무나 고요하고 적막하여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시끄러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소리를 질러댑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경우를 볼까요? 모두가 자기 이야기만 하려 하지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미션이 주어지면 서로를 속이고 무리를 지어 다니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도만 찾으려 합니다. 물론 오락프로그램의 성격에 비춰볼 때 어느 정도 용인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미 그 정도가 넘었다 싶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모방하는 대부분의 오락 프로그램들이 그런 방식으로 짜여집니다.
미국의 문화역사학자 워런 서스먼은 이런 현상을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바뀐 탓으로 진단합니다. 인격은 형성하는 데에도, 그 값을 알아채는 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성격은 짧은 시간에 파악됩니다. 그것을 성공으로 여기는 문화가 만연하게 되니 모두가 소리를 질러댑니다. 소리를 지르는 건 상대가 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유명한 로펌의 유능한 변호사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수전 케인은 어느 날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자신의 삶은 과연 성공한 삶인가? 남들 보기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자신도 그렇게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용감하게 변호사 일을 그만 둡니다. 그러면서 왜 사람들이 외향적인 성취만 성공으로 여기는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성격의 문화에서는 내성적 혹은 내향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물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결정할 뿐입니다. 여러분들이 학교에서 겪는 집단 따돌림 현상도 따지고 보면 그런 성격의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나의 가치를 상대의 몰가치를 통해 드러내고 싶어하는 조바심과 외향적 판단에만 매달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삶을 바꾸는 것은 조용하고 의연한 삶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성격의 문화가 판치는 세상에서 그렇게 조용하고 의연한 삶을 선택하면 바보 취급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할지도 모르고 심지어 여러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삶을 멀리 보면 제대로 된 자신의 삶을 실천하고 누리는 사람은 바로 그렇게 인격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고 조용하고 의연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만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책을 읽는 것입니다. 책은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며 나를 재구성하고 조정하는 길을 제시합니다.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한 일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 가운데 고독한 삶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요. 하지만 고독은 ‘자발적인 고립’입니다. 사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고독이 아니라 고립니다. 고립은 ‘타율적인 고독’입니다. 이것을 착각하면 안 됩니다.
고독은 자신을 만나고 대화하며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독이라 하더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시간만 축내는 것은 공상이나 망상에 빠지게 할 뿐입니다. 고독의 가장 좋은 벗이며 훌륭한 도구는 바로 책입니다. 조용히 물러나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성격의 문화에서 인격의 문화로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당장 먹기엔 곶감이라고 친구들과 어울려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일은 누구나 편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어울리지 못할 때 좌절하고 절망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게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거기엔 내 삶이 없습니다. 그런 삶에 익숙해지면 결코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꾸만 누군가를 붙잡고 싶고 소리를 질러대며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때론 조용히 물러나 책을 읽다보면 내 삶에 대해, 그리고 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눈이 떠집니다. 그것을 통해 나는 주체적 자아를 마련하고 신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주체적이고 인격적인 자아를 청소년기에 형성하지 못하면 삶은 망가지기 쉽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은 개인과 사회 모두를 건강하게 발전시켜줍니다. 그러므로 책은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벗입니다. 남의 눈과 힘에 휘둘려 살면 정작 나의 삶은 없습니다. 조용하고 의연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과 사회를 바꾸는 진정한 힘이며 가치입니다. 그 가장 큰 힘이 바로 책과의 만남에서 비롯됩니다.

• 김경집은 문학과 철학,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왕성한 책 읽기를 통해 깊은 사색과 폭넓은 문화적 소양을 갖춘 인문학자이다.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동 대학원에서 철학을 배우고 가톨릭대학교에서 인간학과 영성 과정을 가르쳤다. 서른쯤 되었을 때, 인생을 삼등분해 살기로 마음먹었다. 25년은 배우고 25년은 가르치고 25년은 책 읽고 글 쓰며 살자고 다짐한 것이다. 25년째 가르치던 해, 쉰 넷의 나이에, 새로운 삶을 결행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현재 스무 해 넘게 마음을 두고 찾던 충청도의 작은 면소재지 해미(海美)에서 맘껏 글 쓰며 그곳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또한 교육방송 EBS의 라디오 프로그램 <청년시대-라디오 드림>에서 ‘책과 멘토링’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다양한 책을 소개하면서 북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 저서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철학 교과서』 (꿈결, 2012)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꿈결, 2012) 『위로가 필요한 시간』(조화로운 삶, 2011) 『책탐: 넘쳐도 되는 욕심』(나무수, 2009) 등 다수"

생각을 일깨우는 그림책 나들이
그림책이라면 흔히, 글자를 잘 모르는 유아를 위한 장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대 그림책에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적 여운을 지닌 게 있는가 하면, 답답한 현실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유머가 있는 책, 한 나라의 이야기문화를 켜켜로 싸안고 있는 책도 있다. 이처럼 그림책이 다양해지면서 폭넓은 연령대에 걸쳐 함께 음미해볼 만한 책들도 증가하고 있다. 앨런 세이의「할아버지의 긴 여행」(마루벌)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살았던 삼대에 걸친 여정이 소개되어 있다. 책 말미에 적혀져 있는 한 문장은 인간이 직면한 삶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상한 것은 이 나라에 있으면 저 나라가 그립고, 저 나라에 있으면 이 나라가 그리워진다는 것입니다. ” 이 한 마디에는 하나를 선택하면 동시에 다른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유한성과 그에 따르는 영원한 향수(鄕愁)가 함축적으로 들어있다. 선택의 대상이 주거지든, 직업이든, 배우자이든, 점심 메뉴이든 간에 인간은 늘 그렇게 그리워하며, 아쉬워하며, 그래서 상상하며 지낼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이러한 결핍(want)이 시, 소설,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등 모든 예술의 모태가 된다는 점이다. 조프루아 드 페나르의「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베틀북)에는 유럽대륙의 이야기 유산이 켜켜로 녹아져 있다. 어린 늑대 루카스가 독립하겠다고 선언하자 아빠는 출가에 앞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적어 건네준다. 집을 떠난 루카스는 엄마염소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빨간 모자 소녀, 피터, 아기돼지 세 마리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메뉴쪽지에 있다고 기뻐하며 잡아먹어도 되겠냐고 묻는다. 하지만 번번이 마음이 약해 잡아먹지 못하고, 어린 늑대 루카스는 마지막이 되어서야 비로소 배를 채우게 된다. 그건 바로 아이를 잡아먹는 거인이었다. 가장 힘 센 거인을 잡아먹어버린다는 우스꽝스런 결말이지만, 이 그림책에는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염소’, ‘빨간 모자’, ‘피터와 늑대’, ‘아기돼지 세 마리’, ‘잭과 콩나무’ 등의 이야기를 아는 독자만이 공유할 수 있는 유머가 들어있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포악함의 상징으로 묘사되어 온 늑대가 보여주는 유약함과 우유부단함을 통해 발상의 전환이 곧 유머의 포인트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패러디동화인,「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에서도 이와 비슷한 예를 볼 수 있다. 매력적인 글쓰기의 전형을 보고 싶다면 조애너 콜의「강아지가 태어났어요」(비룡소)를 권한다. ‘신기한 스쿨버스’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한 조애너 콜은 이 책을 통해, 정보그림책도 이야기책 이상으로 흥미로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의 내용은 강아지의 탄생 직전부터 8주까지 두 달 남짓한 기간의 성장기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여타의 ‘OO의 한살이’ 류의 정보책과는 급이 다르다. 흑백의 사진과 짤막한 글로 된 이 책의 품격은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이웃집 개가 강아지를 낳을 거래요. 강아지를 낳으면 나한테도 한 마리 준대요!” 책 앞머리의 이 두 줄을 읽는 순간, 대부분의 독자는 심장박동이 빨라질 것이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어 하는가! 마지막 문장도 인상적이다. 오늘부터 토토는 진짜 내 강아지예요. 이제 토토랑 신나게 놀 거예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장면에서 독자들은 빨려들듯 그 아이에게 동일시되거나, 부러운 가운데 행복한 여운을 맛볼 것이다. 독자 중 십중팔구는 책장을 덮었는데도 그 다음 성장과정이 궁금해지거나 진짜 강아지가 보고 싶어지리라. 그런데 만약, 이 책이 성장과정을 사전식으로 나열하는 방식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이처럼 재미있거나 재방문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기자나 작가를 꿈꾸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의 진술방식을 눈여겨보길 권한다. 이 책이 독자의 관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힘은 읽고 있는 독자와 책 속의 정보를 ‘의미 있게’ 연결시켜 주는 데서 나온다. 머리가 무거울 때면, 잠시 그림책을 만나러 가자. 거기엔 작가가 숨겨놓은 수많은 상징과 울림 있는 주제, 좋은 글쓰기의 예가 있다. 절절한 감동이나 유쾌한 웃음, 고요한 성찰 등 메뉴 또한 다양하다. 윌리엄 스타이그의「아모스와 보리스」, 미야니시 타츠야의「고녀석 맛있겠다」, 바버러 쿠니의「미스럼피우스」등이 그 예이다. 입시와 바쁜 학사 일정으로 지쳐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그림책을 만나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해본다.

• 이송은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유아교육과 박사과정을 졸업하였고, 1997년 새 세대 육영회 창작동화 공모전을 통해 작가로 데뷔하였다. 동화구연가이면서 , , ,등의 전문서적을 집필하였다. 동화책으로는 「통통 무슨 통」,「맛있는 동그라미」,「뜨레풀 책놀이 시리즈」등이 있다.
• 동화가 있는 집(www.leestoryhouse.com)소장으로 영, 유아 책 놀이 및 다문화 가정을 위한 수업 등 다양한 유아문학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부천대학교 겸임교수 및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교육 강좌 강사로 활발한 강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 저서 :『스토리텔링과 책놀이』 (창지사, 2012) 『동화구연의 이론과 실제』(창지사, 2010)『맛있는 동그라미』(동심, 2009) 등 다수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외국여행을 다녀온 한국학생들의 에피소드 중에 물 낭비에 관한 것이 있다. 숙소에서 샤워나 설거지 할 때 물을 많이 쓴다고 눈총을 받거나 쫓겨나는 등 망신을 당하는 경우이다. 아마도 이것은 일부 학생들의 물 사용 습관 때문인 듯하다. 국내에서는 비교가 안 되어 잘 모르지만, 외국에 나가면 우리가 얼마나 물을 헤프게 쓰는지 알 수 있다. 이 경우 적합한 표현은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다. 물을 많이 쓰면 돈과 에너지도 많이 들어 사회적인 낭비가 많을뿐더러 외국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한다.

새지 않는 바가지를 만들려면...
밖에 나가서도 새지 않는 바가지를 만들려면 물에 대해 올바르게 알아야 한다. 학교나 집에서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물 절약을 생활화하여 보고 느끼면서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학생들이 과학이나 생활 탐구의 일환으로 자신의 물 사용량을 알아낸 후 자발적으로 줄이는 방안과 빗물저금통을 만들어 물을 절약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탐구 1. 나는 얼마나 물을 쓰고 있을까
우선은 학생 스스로 하루에 몇 리터씩의 물을 사용하는지를 알아보자. 실제로 자신이 하루에 쓰는 양이 얼마인지 재든지, 아니면 수도요금에서 한 달치 수돗물의 양을 계산하고 그것을 30일로 나누고 식구수로 나누면 간단히 계산된다. 이수치를 친구들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본인이 적게 쓰는지 많이 쓰는지 판단할 수 있다. 참고로 독일은 100리터 정도, 우리나라는 200-400리터가 된다. 이 수치를 팀별로, 반별로 알아내고 목표를 정해서 줄이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물 관리 선진국은 물을 적게 쓰는 나라이다. 화장실이나 수도꼭지에서 물을 적게 쓰는 장치를 만들기도 하고 도시 전체의 물 자급율을 높이는 방안을 탐구할 수 있다.

탐구 2. 생활 속에서 빗물 모으기
다음은 빗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건물마다 홈통이 있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은 이 홈통을 통하여 하수도로 버려지는데 여기에 빗물저금통을 설치해서 빗물을 모아 청소할 때나 화장실에서 사용하면 수돗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빗물은 약간만 처리하면 훌륭한 먹는 물로 된다. 반별로 홈통하나씩을 정하여 아름다운 빗물저금통 만들기 콘테스트를 해보자.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반의 학생들끼리 만들고 비교하고, 색깔도 칠하면서, 모은 비를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하면서 비만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새로 나온 책인 “빗물탐구생활”과 “환경프로젝트-우리들의 빗물이야기”는 각각 빗물의 과학적 탐구방법과 제1회 학생빗물창의 경진대회에 입상한 어린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탐구 3. 물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면..
우리나라에는 일년에 평균 1,290억 톤의 빗물이 떨어진다. 이 물은 현명한 자에게는 하늘이 준 선물이 되고, 어리석은 자에게는 재앙이 된다. 우리에게 이 비는 선물일까 재앙일까? 이제는 너무 귀한 공공재가 되어버린 물에 대해 좀 더 알 고 싶다면 이 책들을 참고해 보자.
ㆍ 에릭 오르세나『물의 미래』 :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중국 등 전 세계의 물 위기 현장을 돌아다니며 10년, 20년 후의 물의 미래를 살펴본다.
ㆍ 김맹수『환경보고서 물』 : 물의 중요성과 수질오염의 원인, 그리고 물을 살리기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방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ㆍ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유엔 세계 청소년 보고서 : 청소년과 기후변화』 : 환경문제를 위해 청소년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기후변화 문제해결을 위한 청소년들의 제도적 참여방법과 각종 통계들을 담고 있다.
ㆍ 한무영『빗물과 당신』: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산성비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빗물을 통해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다양한 사례와 의견을 제시하였다.

물 분쟁을 알고 해결하는 리더가 되자!
물 문제는 전문가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루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알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대응책을 제시하고 물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분쟁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근검절약의 전통을 실천해 왔다. 학생 여러분들이 스스로 사용하는 물의 양을 알고 빗물을 이용하여 물 절약을 실천한다면 우리 선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는 덕목중의 자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가지게 되는 셈이 된다.

글쓴이 : 한무영(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 소장)
1956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대학원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하였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 소장, (사)빗물모아 지구사랑(Rain for All) 회장, 세계물학회(IWA) 빗물관리 전문분과(Rainwater Harvesting and Management Specialist Group) 위원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5년 세계환경공학과학교수협의회(AEESP) 최우수논문상과 2008년 SBS 물환경대상 두루미상 그리고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레인시티의 확산>이란 프로젝트로 2010 IWA의 창의혁신프로젝트 상을 받았다.
저서 :『빗물 탐구생활』 (리젬, 2012) 『빗물과 당신』(알마, 2011) 『한무영 교수가 들려주는 빗물의 비밀』(리젬, 2010)

요즘에야 널린 게 책이고, 활자이지만 나는 늘 잉크냄새가 고팠다. 어머니를 졸라 월부로 산 계몽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그것도 반질짜리-은 경이의 세계였다. 소공자와 소공녀, 십오소년표류기 같은 책을 따라 상상력은 날개를 달았다. 집 없는 소년 레미가 의붓아버지의 구박을 받는 장면에선 불쑥 화가 치밀어 잠을 이룰 수 없었고, 한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버터에 양파 볶는 냄새를 상상하기도 했다. 그랬다. 내가 나중에 요리사가 된 건, 아마도 그 소설에서 묘사된 그 냄새 때문이었다. 레미가 온갖 어려움을 떨치고 귀향해서 이미 재가한 어머니를 만났을 때, 그녀는 요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19세기? 그 시절의 부엌의 묘사가 충실했던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는 상상 속에서 내 멋대로 그림을 그렸다. 두툼한 주물 프라이팬, 어머니가 송송 채 썬 양파, 향긋한 버터, 그리고 장작이나 숯불이 이글거리고…. 서양 요리의 기본은 바로 양파를 버터나 기름에 볶는 일이라는 걸, 훗날 이탈리아 요리학교에 가서 알았다. 버터가 타지 않게 불을 적당히 조절하고, 양파를 재빨리 썰어 수분이 연기가 되어 하얗게 올라가도록 볶는 일. 그것은 모든 요리의 기본이 되는 ‘열과 기름’의 함수관계를 익히는 과정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양파라는 맛있는 양념이 요리의 기본이 되는 걸 알게 해주는 기술이기도 했다.
주황색 표지에 천으로 만든 책등이 또렷하게 기억하는 계몽사의 그 책들! 나중에 그 책은 월부로 사들인 텔레비전을 집안 형편 때문에 팔아버리고, 매달 찾아오는 수금사원을 속이기 위한 텔레비전의 모양을 내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텐데, 그 때는 신용카드가 없었고 그저 신용을 밑천으로 매월 갚아나가기로 하고 텔레비전 같은 비싼 가전제품을 샀던 것이다. 그러니까, 대금을 다 갚을 때까지 그 물건의 소유권은 우리가 아니었고, 결국 수금사원의 눈을 속이기 위해 책으로 텔레비전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천을 덮어 씌워 위장(?)을 했던 것이다.
나는 거의 활자만 보면 헐떡거렸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다.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활자라는 이유로 나는 읽었다. 신문을 읽었고, 심지어는 종이로 접은 딱지를 펼쳐서 그 안의 내용물을 읽기도 했다. 한동안 시골 고모댁에 지낸 적이 있었다. 활자라고는 오직 농민신문이 전부였던 그때, 나는 그 신문을 샅샅이 읽었다. 작물을 기르려면 씨앗을 사야하고, 농약을 뿌려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농민신문 광고에 그런 것들이 실렸기 때문이었다.
중학교에 가니, 도서관에 책이 많았다. 세로쓰기를 한 낡은 세계문학전집을 발견한 기쁨이란! 이반 제니소비치의 불쌍한 하루에 눈물을 흘렸고, 모든 억압된 존재에 대한 동정을 베풀던 시기였다. 게오르규의 <이십오시>는 왜 그리 사람을 울리던지. 운명의 주인공에게 이입되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절망감으로 몸부림치던 시기였다. 학교도서관이 지겨우면 근처의 시립정독도서관에 갔다. 숨소리조차 멎어버릴 것 같은 정적, 어른들이 주로 이용하는 참고열람실은 책 세상이었다. 최인호와 박범신을 읽었고, 고우영의 만화책은 성인들의 숨겨진 세상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이는 보물섬이었다.
군대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외부에서 책을 가져오는 것은 영어 공부책 외에는 거의 금지되던 엄중한 시절이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곤 겨우 전우신문이었다. 나는 그것조차 알뜰하게 읽었다. 멀리 화천군의 이름 없는 소총중대의 사연이라든가, 아무개 일병이 휴가 중에 어느 행인을 구했다는 얘기를 읽고 또 읽었다. 그것은 활자중독이라고 부를 만했다. 활자는 잉크로 종이에 찍혀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물성이었다. 책은 활자를 보듬어 키우는 집이었고, 나는 거기 깃들어 오래오래 살고 싶었다.
이탈리아 시절, 하루 종일 한마디도 모국어를 할 수 없었던 내게 유일한 희망은 깊은 밤 펼쳐보는 다자이 오사무와 에밀 졸라, 니코스 카찬차키스였다. 그것은 이국의 얘기였으나 모국의 활자로 내게 속삭였다. 활자여, 모국어여. 이방으로 떠나본 자만이 우리의 익숙한 활자가 주는 정겨움을 알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활자를 먹고 살았다. 활자라는 글자를 가만히 뜯어본다. 놀랍게도 활은 ‘活’ 이라고 쓴다. 살아 있기 위해 우리가 읽어야 할 것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지.

저자소개: 박찬일 요리사, 에세이스트, 방송인 1965년생으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했다. 잡지기자로 활동하던 30대 초반 돌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유학을 결심, 1998년부터 3년간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 1999년 이탈리아요리학교 ICIF 수료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청담동에서 스타 셰프로 이름을 날렸고, 이탈리아 토속요리 레스토랑 ‘뚜또베네’를 히트시켰다. 2008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레스토랑 ‘트라토리아 논나’를 성공리에 론칭시켰다.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쓰면서 와인과 요리강의에도 열중하고 있다. 2008년에는 소펙사(SOPEXA,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100대 보르도와인 테이스팅위원으로 참여하고,『될 수 있다! 요리사』 등 여러 권의 책을 지으며 활발하게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푸른숲, 2012) 『어쨌든 잇태리』(난다, 2011) 『궁금해요 요리사가 사는 세상』(창비, 2010)

육지에 가려면 배를 타고 네 시간이나 가야 하는 섬에서 나고 자랐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던 낙후된 섬에서 독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우리들을 안타깝게 여긴 중학교 선생님이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다. 우리 섬에 책을 보내달라는 사연이었다.
사연이 소개되고 얼마 뒤, 우리는 배를 타고 도착한 수백 권의 책을 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소설책은 모두 중학교에 옮겨지고 동화책 비슷한 것들은 운명처럼 4학년 교실인, 우리 교실에 꽂히게 되었다. 교실 뒤편 철제 책꽂이에 책을 꽂으면서 나는 알 수 없는 설렘을 느꼈다.
어쩐 일인지 책이 온지 며칠이 지나도록 담임선생님은 책을 읽어보라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 그렇다고 쉬는 시간에 책을 꺼내 읽자니 왠지 튀는 행동 같아서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달쯤 흘렀을까.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나는 발걸음을 돌려 학교로 갔다.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 이상 누를 수 없었다.
텅 빈 교실에 들어서서 수많은 책과 마주하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대로 돌아갈까, 몇 번이나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책꽂이를 올려다보았다. 맨 위부터 순서대로 제목을 읽어 내려가다「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내 눈길이 머물렀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첫 장을 열었다. 작은 오두막 앞에서 귀여운 얼굴의 하이디가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있는 그림이 참 행복해보였다. 다음 장을 넘기고 또 다음 장을 넘기면서 나는 잊을 수 없는 내 생애 첫 독서를 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하이디가 바로 내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 하이디와 함께 알프스 고원을 뛰놀기도 했고, 하이디가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 곁을 떠나야 할 때는 내 마음도 가라앉았다. 바깥이 이미 어두워졌다는 것도 모른 채 책을 읽던 나는 손전등을 들고 문단속을 하려고 들어온 선생님한테 들키고 말았다. 남의 집에 몰래 들어와 남의 책을 훔쳐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오려는 내게 선생님은 한 마디 하셨다.
“책을 좋아했구나. 나중에 꼭 작가가 돼라.”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내 몸 속 모든 세포가 반응하는 것 같았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다만, 작가는 이렇게 재밌는 책을 마음껏 읽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짐작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어스름 저녁까지 텅 빈 교실에서 혼자 책을 읽었던 날,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혼자 있어도, 교실이 깜깜해도, 전혀 무섭지 않고 신 날 수 있다는 것을. 한 권의 책이 나를 어디든 데려다 줄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이 한참 흘러 공모전에 여러 작품을 냈다가 모두 떨어졌을 때다. 깊은 절망과 좌절감에 허우적대다가 내 꿈의 처음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더듬더듬 내 꿈의 시간들을 되짚어 보니 하이디가 떠올랐다. 스물일곱에 다시 읽은 하이디는 50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완역본으로 변해 있었다.
오래전 그날처럼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하이디를 펼쳤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어느새 나는 텅 빈 교실에서 숨을 죽이며 책을 읽던 어린 나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 가슴은 여전히 뛰고 있었고, 다시 실패와 좌절을 맛본다 해도 나는 또 도전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듬해 나는 작가가 되었다.
청소년기에 가슴 뛰는 책을 만난 사람, 십 년 뒤에 다시 꺼내보고 싶은 책을 한 권쯤 가진 사람, 그런 책을 가진 청소년이라면 그의 미래에 믿음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직 그런 책을 갖지 못했다면 지금, 나의 오랜 벗이 될 만한 책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동화작가 오채
“엄니 무시요?” (어머니, 아들인가요, 딸인가요?) “야야, 어찌끄나. 오채다잉.” (어떡하니 어미야. 다섯째도 딸이구나) 여자애 같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어릴 때 ‘왈패’라고 불리던 시절, 주먹만 한 오색 사탕과 책을 들고 비밀 본부에서 보냈던 시간은 어린 시절 최고의 추억이다. 지금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노을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안마도에서 출생했으며,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8년 『날마다 뽀끄땡스』로 제4회 마해송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함께 쓰고 있으며 강연을 통해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저서 : 『열두 살의 나이테』(아이세움, 2012) 『우리들의 짭쪼름한 여름날』(비룡소, 2011) 『나의 블루보리 왕자』(문학과지성사, 2010) 『오메 할머니』(주니어랜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