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돌아온 고국의 사회구성원들은 모두 부자 되기를 바라는 듯했다.“부자 되세요!”가 곳곳에서 들려왔다.나는 처음에 내 귀를 의심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젊은이들에게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는 헛헛한 인간이 되라”고 했는데, 그의 어법에 따르면 오늘 한국 땅에선 서로 “배부른 돼지 되세요!”라고 ...

나는 1950년대 말에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지금보다야 경쟁이 훨씬 덜 했지만 입시 스트레스는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몇 사람을 빼고 공부란 재미있어서 하는 법은 없다. 하기 싫고 지겨운 일, 더욱 청소년 시절만 가질 수 있는 꿈과 낭만을 접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공부라고 생각했다. 타성처럼 입시준비에 끌려가면서...

나의 아버지는 음악가셨다.그래서 나를 어릴 적부터 음악을 가르쳐 훌륭한 음악가로키우시기를 희망하고 피아노 레슨을 시키셨다.나는 왜 그런지 그 시간이 되면 살짝 집을 빠져 나와 동네의 책대본집에서 그것도 어머니나 아버지가 날 찾지 못하도록 책 선반 뒤의 움푹 한 곳에 쳐 박혀서 책을 읽으면서 몇 시간...

새까만 글자들이 깨알처럼 빽빽하게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줄 맞추어 늘어서있다.저걸 다 읽어야 한다니 끔찍하다.도대체 저 숨도 쉬지 않는 것들에게 왜 이 고귀한 영혼을 팔아야 하는가?차라리 한 가마의 깨 숫자를 세고 말겠다.책 읽기는 때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일이며, 먹구름 같은 절망으로 엄습한다. ...

고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아이가 봄부터 심각하게 고민을 하더니 끝내 자퇴를 했다. 그 이유가 어떤 것이든 간에 부모 마음이야 자식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편하다. 더구나 아이가 다닌 학교는 기숙학교여서 그동안 입시생 엄마라는 것도 잊고 지낼 만큼 속편했기에 강제로라도 주질러 앉히고 싶은 유혹이 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