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학교 도서관을 가노라면 건물 근처에서 “책 든 손 귀하고 읽는 눈 빛난다!”라는 문장이 새겨진 비석을 만나곤 한다. 바로 여기가 도서관임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정겹게 서 있는 비석이 나에겐 항상 반갑기 그지없다. 옛날 그리스인들은 도서관을 가리켜 ‘영혼을 치유하는 장소’라고 했다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헝클어져 있던 내 머릿속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게 갠 하늘처럼 또렷해지곤 한다.
돌이켜보면, 초․중․고등학교 시절 줄곧 문예반 활동을 하며 도서관 지킴이가 되고자 했던 시간들이 결국 대학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전공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닌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길로 들어서게 해주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책과 독자와 저자의 관계를 아우르는 ‘저작권’ 분야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으며, 베스트셀러가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비평하는 글을 써서 출판평론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이제 나는 지성의 전당으로 불리는 대학 캠퍼스에서 미래의 지도자들에게 책과 저작권에 관한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책과의 인연 때문에 빚어진 이러저러한 과정들이야말로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자양분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독서는 교향악의 연주와도 같이 다양한 기능들이 한데 어울려 통합적으로 작용하는 지적 활동이다.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했으며, 시인 말라르메는 “결국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에 이르기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말을 남겼다. 베이컨은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기지 있는 사람을 만들고, 작문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고 했으며, 쇼펜하우어 같은 이는 “독서는 자기 머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머리로 생각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어디 그뿐인가. 윈스턴 처칠은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책읽기였다”고 했으며, 괴테는 “나의 문학은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로부터 창조되었다”라는 고백을 남겼다.
현대의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아기의 정신을 자극하라. 아이들에게 요람에서부터 책을 읽어주라.”고 역설한다. 이런 충고를 충실하게 따른 어머니로부터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거목들이 싹텄다.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를 새로 썼던 많은 위인들도 책읽기의 달인들이었다. 나폴레옹은 황제가 되기 전 한 달 동안 이집트 원정을 나서면서 1000여 권의 책을 싣고 떠났으며, 세종대왕은 지나친 독서로 눈병이 난 와중에도 책읽기를 끊지 못했다. 에디슨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립도서관 장서를 몽땅 읽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마오쩌둥은 언제나 비서관들에게 책 제목으로 된 메모를 남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처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값싸게 주어지는 영속적인 쾌락”(몽테뉴)이며, “정신적으로 충실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벤저민 프랭클린)이요,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데카르트)이었다.
내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연구실에는 3만여 권의 책이 똬리를 틀고 있다. 틈나는 대로 읽으려고 모아 놓은 책들이 더 이상 발을 딛기 어려울 만큼 가득 쌓여 있다. 그래도 나는 책을 귀잖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책으로 쌓은 탑이 높아만 간다. 언젠가는 저 녀석들을 모두 읽고야 말리라는 나의 오기도 점점 커져만 간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점령군처럼 진군해 오는 책들의 대열 맨 앞에 서서 좋은 책과 많은 독자들을 만나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감히 권하건대, 읽어야 한다.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그리고 더 읽어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의 표어는 이제 “책 든 손 귀하고 읽는 눈 빛난다!”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미래의 대한민국에서는 기필코 책 읽는 사람이 이끄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기태 세명대학교 교수는
•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 출판령론가
• 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자문위원
• 표절위원회 위원
• 국립중앙도서관 문헌정보센터 운영위원
• 국립중앙도서관 문헌정보센터 운영위원
• 제천기적의도서관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
• 저서
  • 저작권법 총설
  • 저널리즘과 저작권
  • 나도 저작권이 있어요
  • 출판 저작권
  • 응답하라 저작권
  • 동양 저작권 사상의 문화사적 배경 비교 연구 외

제 직업은 천체사진가입니다. 밤하늘의 별과 천문 현상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는 것으로 밥벌이를 합니다. 불과 10년 전 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없던 직업이죠. 세계적으로도 몇 명 없는 직업이기도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잘 하게 되고 그러다 직업이 된 흔치 않은 경우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니 행복합니다.

별과의 인연은 책 한 권으로 시작되었어요. 고등학교 때 읽은 <재미있는 별자리여행>이라는 책이 제 운명을 바꾸었죠. 어느 날 친구 녀석이 밤하늘의 북두칠성을 알려주며 아는 척을 하는 거에요. 바로 그 책을 읽은 거였지요. 저도 그 다음 날부터 그 책으로 밤하늘 여행을 떠났지요. 책에 나오는 수많은 별자리들이 밤하늘에 그대로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새벽까지 별을 보다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남쪽물고기자리의 일등성 포말하우트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지요. 어느 날에는 엄청나게 큰 별똥별이 떨어지다 터지는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했어요. 망원경과 쌍안경으로 우주 더 깊숙한 곳으로 떠나기도 했지요.

관심이 많아지면서 점점 더 많은 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성운, 성단, 은하에 관한 책도 보고 행성에 관한 책들도 보게 되었지요. 망원경 만드는 법과 점성학 책까지 닥치는 대로 구해다 읽었지요. 사진도 책으로 배웠습니다.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사진에 관한 수많은 책들을 읽은 덕에 지금 천체사진가가 될 수 있었지요.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여행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그때는 몰랐네요.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별에 빠지지도 않았을 거고, 별 사진을 찍게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뭔가를 경험해 본다는 것, 그거 살면서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스케이트화를 한 번도 신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 그 쪽으로는 재미가 있는지 재능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만약이지만, 피겨 여왕이라 불리는 김연아가 스케이트화를 신어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평범하게 공부만 하다가 취업 준비생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게 태어납니다. 무엇을 잘 하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다 달라요. 그런 내 자신을 스스로 알게 되는 데에는 수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직접 경험이던 간접 경험이던 내가 경험한 것까지가 바로 나의 한계입니다. 요즘은 TV나 영화, 인터넷에서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게임을 하다가 인생이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책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깊고 넓게 경험하게 해주니까요. 인터넷에 게시물 하나 쓰는 것에 비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잘 만들지 않으면 팔리지 않기 때문이지요. 책이 보다 믿음직하고 체계적인 정보를 많이 담게 되는 이유입니다. 저도 책을 여러 권 냈지만 한 권의 책이 나오기 까지 제 원고를 수십 번씩 다시 읽고 검토합니다.

참, 제 운명을 바꾼 <재미있는 별자리여행> 책이 첫 출간된 지 23년 뒤인 2013년에 개정판이 나왔어요. 새 책의 사진은 제가 촬영했답니다. 참 재미있는 인연이지요. 여러분도 책을 통해서 또 다른 세상을 많이 경험해 보세요. 그래서 진정한 내 자신을 찾아 직업으로 삼으면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답니다."

안녕하세요. EBS에서 한국사 강의를 맡고 있는 최태성입니다.
저는 한국사 수업을 이렇게 판서로 구조화해서 강의를 합니다. 반응이 좋습니다. 갑자기 판서를 들고 나온 이유가 있습니다. 많이들 물어 보세요. 판서를 이렇게 구조화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처음에는 이에 대해 답변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이건 어렸을 때 많이 읽은 책 읽기의 덕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 판서의 핵심은 개념의 이미지화입니다.
우선 제가 이 판서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우선 제가 가르쳐야 할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습니다. 한 시간에 가르쳐야 할 분량의 페이지를 반복해서 읽다보면 중요한 부분들을 덩어리로 묶어 낼 수 있습니다. 그 덩어리들이 모여 큰 그림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 덩어리 개념들을 판서에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머리속에 그려지게 됩니다. 그걸 연습장에 옮깁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만들어질 때까지 페이지 몇 장 갈아가면서 계속 개념의 이미지화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완성되면 그것을 가지고 칠판 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 작업에서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로 교과서 단원마다 있는 핵심 내용을 잘 추리고 그 핵심 내용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래야 판서에 하나의 이미지로 앉혀질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핵심 내용들을 잘 추리고 그것을 스토리로 엮어 내는 능력입니다. 이걸 잘해야 최종 결과물 판서가 잘 나오게 되니까요.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어려서부터 했던 책읽기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초등학교 때 글밥이 꽉 찬 책을 몇 백권 읽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책을 읽으면 어떤 곳에 도움이 되냐고. 사실 저는 어떤 도움을 주는 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나이 중반이 되어서 제 직업 속 개념의 이미지화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 바로 어릴 때 했던 책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어렸을 때 책을 읽는 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아름다운 구조화된 개념 판서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많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원천은 바로 어렸을 때 열심히 습득한 독서의 힘 아닐까요?
그래서 어린 학생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책을 많이 읽으라고. 책에 있는 팩트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독을 통해 책 읽는 요령과 책 안에서 말하는 내용을 추릴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저는 어렸을 때 읽었던 책 읽기 덕으로 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릴 땐 몰랐던 책 읽기의 이유.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네요. 참 늦죠? 조금이라도 일찍 이 사실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파이팅^^

오늘날의 사회를 지식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축적하고 공유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지식기반사회’라고 부르며, 이 사회에서는 지식의 생산, 전파, 응용이 중요한데, 지식의 형태는 학문적 지식 뿐 아니라, 예술적 심상, 도덕적 규범, 실무적 기술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고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낼 수 있는 미래 사회를 가능하게 한 것이 과학기술의 발달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현대사회를 일컫는 또 다른 용어가 포스트모더니즘, 신자유주의인데,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화, 다원화의 추구 등도 과학기술의 발달에 기초한 통신의 발달과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국제화와 개방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기에 이질적인 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이 국가 발전과 경제적 부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 요소이어서 질 높은 새로운 지식을 많이 창출하는 사회가 국제 사회를 리드하게 될 것이다. 최근 ‘창조경제’가 정치, 경제, 교육 및 사회전반에 화두가 되고 있다. 창조경제, 또는 창조산업이란 본래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John Howkins)가 주창한 개념으로, creative economy 또는 creative industries라고 부른다. 본래 존 호킨스가 주창한 것은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는 창조적인 경제활동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어진 문제나 감지된 문제로부터 통찰력을 동원하여 새롭고, 신기하고, 독창적인 산출물을 내는 능력’ ‘새로운 관계를 지각하거나 비범한 아이디어를 산출하거나 또는 전통적 사고 유형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으로 사고하는 능력’, ‘새롭고 가치 있는 것, 또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능력’ 등으로 정의되는 창의성(creativity)과 스티브잡스가 강조했던 인문학적 상상력이 함께 작용할 때 융합적 사고를 통한 창조경제도 가능할 수 있다.
Baer와 Kaufman(2005)이 창의성을 놀이동산에 비유하여 설명한 이론 중에서 미국 ‘디즈니 월드’의 테마공원에 대한 비유가 있다. 매직 킹덤, 미래도시, 디즈니-MGM 스튜디오, 에니멀 킹덤이라는 각 테마 공원은 놀이기구, 미래도시, 영화, 동물이라는 주제를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매직 킹덤은 판다지 랜드, 어드벤쳐 랜드, 투모로우 랜드 등의 여러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매직 킹덤의 투모로우 랜드에 있는 놀이기구들은 모두 미래와 관련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창의성도 바로 이와 같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2001~2013) 우리나라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3%에서 정체된 반면 중국은 3.9%에서 12.1%로 급성장했다. 또한 2000년대에 국내 대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기술집약형 창의적 벤처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거의 없을 만큼 벤처기업 생태계가 취약하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샤오미, 화웨이 등 신생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급격히 성장해왔다. 한편 국내적으로도 청년 일자리 부족, 저출산과 고령화 도래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혁신, 기술 융복합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 ‘역동적 경제혁신’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청소년들이 주역이 될 미래사회에의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즉,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을 전체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역량(competency)과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아우를 수 있는 융합적 사고, 융통성 있고 독창적인 창의적 사고로 문제 상황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능력 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미래학자 Pink(2006)는 창의적인 인재는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라고 보아, 미래 사회 인재의 6가지 요소로서 ‘설계(high concept 시대의 핵심 능력)’, ‘스토리(사실을 엮어서 문맥을 만들어 상대방을 움직이는 제3의 감성)’, ‘조화(조각들을 맞춰 결합시키고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내는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성의 원천)’, ‘공감(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고 다른 사람의 심장으로 느낄 줄 아는)’, ‘놀이(호모 루덴스의 진화, 웃음과 유머, 게임, 기쁨을)’, ‘의미(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를 제시하였다.
미래 사회의 인재는 다른 사람과 공감하며 조화롭게 즐길 줄 아는 삶을 영위하는 창의적 사람, ‘상상력과 감성이 뛰어난 사람’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청소년들에게 이와 같은 상상력, 감성, 조화로운 인성 및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력을 함양하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로 다양한 영역의 서적을 접하기를 권한다. 독서(reading)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악기의 연주만 우수하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제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정보를 접하고 이를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융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름으로써 미래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꿈과 끼’를 발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주로 제3세계를 여행하는 작가란다. 그래서 잘 알고 있어. 그곳 청소년들이 얼마나 책에 목말라 있는가를. 책뿐만이 아니야. 그들에겐 모든 것이 부족하지. 교실도, 학용품도, 약도, 옷도, 신발도, 그리고 그 무엇보다, 밥도.
나는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해. 그래서 잘 알고 있어. 이곳 청소년들, 바로 너희들에게 얼마나 책이 넘치는가를. 책뿐만이 아니야. 너희들에겐 모든 것이 넘치지. 교실도, 학용품도, 약도, 옷도, 신발도,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인터넷도.
그런데 책이 없어 읽지 못하는 제3세계의 청소년들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바로 너희들일 거야. 모든 것이 넘치지만, 단 하나, 책 읽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니까. 잘 알다시피, 입시와 인터넷 때문이지.
지면상 이 자리에서 입시와 인터넷의 문제점에 대해 논하지는 말기로 하자. 기왕에 입시와 인터넷이 너희의 일상을 가장 큰 그림자로 뒤덮어버렸다면, 그 나머지, 적으나마 ‘여유’의 볕이 드는 공간에서 너희가 어떻게 책을 만날 수 있을까를 논하는 편이 현명할 것 같아.
책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너희가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고 용돈을 챙기는 것과 비슷하지. 책이라는 친구를 만날 때에도 간단한 몇 가지만 준비하면 돼. 특히나 책과 별로 친하지 않다면 한 번 잘 들어봐.
첫째, ‘3분’ 일기를 쓰는 거야. 꼭 종이에 안 써도 돼. SNS든, 블로그든, ‘매일’ 쓰는 것이 중요해. 한두 줄 쓰는 것으로 시작하면 돼.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와 처음엔 할 말이 없다가 점점 할 말이 늘어나듯, 일기를 계속 쓰기만 한다면 양은 저절로 늘어날 거야. 내용도 완전 자유야. 친구 흉을 봐도 좋고, 스트레스 받은 날 욕만 잔뜩 적어도 좋아. 중요한 것은 ‘기록한다’는 행위야. 기록한다는 것은 마음에 벽돌을 쌓는 일이지. 자꾸 기록하다 보면, 벽돌이 쌓여서 집을 만들어. 청소년이라면, 특히나 가출을 생각해 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마음 속 집이 있어서 그 안에 들어가 쉴 수 있어야 해. 오직 그 때만이 나의 참모습을 만나는 순간이거든. 자신의 참모습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살게 돼.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 삶을 이끌어가는 주인이 되지 못한단다.
둘째, 입시를 위한 책이 아닌, 나만의 책을 고르는 거야. 일기를 쓰다 보면, 내가 어떤 말을 반복하는지 알게 돼. 말하자면, 내 벽돌의 색깔이나 감촉을 알게 된다고나 할까? 일단 내 벽돌의 특징을 알게 되면, 책을 고르는 것은 쉬워져.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작가들이 있고, 그 중에는 너희들이 고른 벽돌과 똑같은 벽돌로 이미 집을 잘 지어놓은 이들이 많이 있거든. 그들은 너희가 일기 속에서 질문했지만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한 것들에 대해 시원스럽게 답을 던져줘. 고마운 일이지. 배고플 때 떡볶이를 먹으면 허기가 확 풀리듯, 몹시 궁금했는데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답을 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답을 얻으면 마음의 허기가 확 풀리니 말이야. 그 쾌감이란! 어쩐지 이전보다 업그레이드 된 인간이 된 것 같고, 어디 가서 잘난 척을 해도 될 것 같지. 맞아. 그래도 돼. 너희들이 가졌던 그 호기심은 ‘지적 호기심’이었던 거고, 그것이 채워진 기쁨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매우 높은 차원의 호사니까.
셋째,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는 거야. 맨날 학원 가는데 대체 어떻게? 좀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하려고 해. ‘화장실의 철학자’가 되라고. 의외로 간단해. 화장실에 직접 고른 책을 두고,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일을 볼 때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지 않는 거지. 이 시간은 낱개로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꾸준히 쌓으면 인생을 바꿀 만큼 충분한 시간이 돼. 어때, 할 수 있겠니?
청소년기의 가장 좋은 점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거란다. 이다음에 어른이 되었을 때, 삶을 이끌어가는 주인이 될지, 명령을 들으며 살지, 아직 선택 가능하다는 것이지. 지금, 바로, 화장실에서부터 그 작은 선택의 자유를 누려보지 않겠니?

오소희 여행작가
•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작가로 등단,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지으며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여행 작가. 어린 아들과 단둘이 터키로 여행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라오스, 아프리카, 남미 등 10년 간 25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다. 터키 배낭여행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를 발간하면서 여행 작가로 등단했으며, 그녀의 낡은 수첩 속 빼곡히 적어놓은 여행기는 어느새 여러 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2008년부터는 자신의 아프리카 여행기 <하쿠나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의 인세 기부로 우간다, 라오스, 에티오피아 등 제 3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지어주는 ‘하쿠나마타타 프로젝트’를 통해 넓은 세상과의 소통으로 자신이 얻은 것을 세상과 다시 나누고 있다.
• 저서 :『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북하우스, 2013) 『하쿠나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북하우스, 2008)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에이지21, 2007)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