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즈(코카서스)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톨스토이 작품 중 가장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사랑과 청춘의 노래! 본문 중에서 내가 날마다 눈앞에 보고 있는 것, 영원히 다가갈 수 없는 만년설과 조물주의 손에서 갓 태어난 최초의 여인이 지니고 있었을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위대한 여인을 보라. 스스로를 망치게 하는 것은 누구인가, 참되게 사는 자는 누구인가, 거짓 속에서 사는 자는 누구인가―당신들인가,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인가 하는 것이 비로소 명료해질 것이다. 기만 속에서 살고 있는 당신들이 내 눈에 얼마나 역겹고 얼마나 가엾어지는지, 그것을 당신들에게 못 견디게 알려주고 싶다. 내가 처음 카자크 여인인 마리얀카를 본 지 석 달이 지났다. 그때는 막 내팽개치고 왔던 이전 세계의 견해며 편견이 아직 내 마음 속에 생생했다. 그래서 이 여자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고는 나 자신도 믿지 않았다. 나는 마치 산과 하늘의 아름다움과도 같은 마법에 홀린 기분으로 그녀에게 홀려 있었다. 또 홀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 대자연과 같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 뒤 나는 이 아름다움을 정관하는 것이 내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겨졌고,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자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상상하고 있던 사랑의 감정과 유사한 점을 조금도 나의 내부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은 고독의 오뇌와도, 부부생활의 욕구와도, 플라토닉한 사랑과도, 그리고 내가 전에 경험했던 관능적인 사랑과도 닮은 데가 없는 감정이었다. 나는 다만 그녀를 보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가까이 있다고 느끼는 것만이 필요하며, 행복은 아니더라도 내 마음이 편안했다. 그녀를 만나 처음으로 그녀와 접촉했던 그 밤모임 이래 나는 나와 이 여자 사이에 비록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끊어 버릴 수 없는 불가항력의 관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래도 나는 싸웠다. 내 생활의 정신적인 흥미를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여자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아름답다는 것만으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단순한 조상(彫像)의 여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까지 내 자신의 감정을 믿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그때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레프 톨스토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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