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회의자들을 위한 대담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에 불과하다고 못박는다. 현실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과, 실재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말하는 책. 이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세상과 이웃을 만나 함께 만들어 가는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깨어난 사람들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라는 제목으로 인식론적 차원과 실천적 차원에서의 두 가지 주장을 나타낸다. 첫째, 진리는 진리와 거짓의 분별을 통해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분별은 세상의 다른 분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에 의해 행해지는 분별이다. 둘째, 진리를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라는 주장인데, 그는 세상을 참된 세상과 거짓된 세상으로 나누고 결국 진리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전쟁을 낳는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일반

인식의 문제와 외적 세계의 관계(역할)에 관한 천년 이상의 논의를 저자는 자신이 만든 짧은 연극으로 요약하고 있다.

무대의 막이 오르면 한 그루의 나무, 한 여인과 한 남자가 무대 위에 있습니다. 남자가 나무를 가리키면서 큰 목소리로 연극적 어조로 말합니다. “저기 나무가 서 있군.” 그러면 여인이 말합니다. “거기에 나무가 있다는 것을 넌 어떻게 아니?” 남자는 말합니다. “내가 그것을 보니까!” 이에 여인은 살짝 웃으며 말합니다. “아~.” 그리고는 막이 내려집니다.(34쪽)

여기에서 남자는 인식이 실재를 반영한다는 (실재가 인식의 원인이 된다는) 믿음을 가진 소박한 실재론을 대변하는 사람이며 여자는 그런 믿음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그런 믿음을 회의하는) 사람을 대변한다. 남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지각(혹은 인식)하는 것을 통해서 실재하는 것의 존재와 그것의 원래 모습이 확인된다고 믿는 반면 여자는 우리가 뭔가를 지각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우리의 지각과 인식이 실재하는 것의 존재와 그것의 원래 모습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까지 확대 해석될 이유와 그럴 필요성은 굳이 없다는 입장이다.

남자와 여인 둘 중 누구의 입장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많은 결정될 수 없는 문제들 중의 하나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각자가 두 가지 입장 중 어떤 입장을 ‘선택’할 것인가(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하는 문제가 남겨지고 나아가 그 선택은 우리가 우리 이웃과, 또 우리가 만나는 세상과 어떤 삶을 꾸려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1장 실재하는 것의 모습들)

그래서 저자는 두 가지 중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삶의 모습을 교육(배움과 가르침), 심리치료, 경영의 영역에서 보여 준다. 그리고 보다 포괄적으로 인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나아간다. (2장 실천적 관점들)

소박한 실재론을 회의하는 태도를 취하게 되면 인식의 준거로서 기능한다고 여겨졌던 실재가 아니라 인식하고 지각하는 사람의 역할 혹은 인식과 지각 자체의 작동방식이 문제의 중심이 되고 반성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인식주체가 (관찰자가) 자기 스스로를 관찰한다는 “관찰의 관찰”, 나아가 “사이버네틱스의 사이버네틱스”라는 사이버네틱스(인공두뇌학)의 근본 원리인 순환적 인과성으로 귀결된다. (3장 사이버네틱스)

저자는 인식의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통해서 윤리의 문제로 나아간다. 각자가 자신의 행위를 자신의 결정(선택)의 산물로 여기면서 그 결정에 따르는 책임을 의식하면서 사는 삶의 방식,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그런 결정을 할 자유와 책임을 인정하면서 서로에게 귀 기울이면서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의 방식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각자의 결정(선택)과 별개로 존재하는 객관적 진리가 있음을 확신하여 진리의 이름 뒤에 머물면서 그것을 잣대로 삼아 진리와 거짓을, 진리를 말하는 사람과 거짓을 말하는 사람을 나누는 삶의 방식을 추구할 것인가? (5장 인식과 윤리)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 하인츠 폰 푀르스터는 전자의 삶의 방식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간의 공존과 평화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권할 만한 것으로 여긴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고 어떤 경험들이 그를 사이버네틱스의 윤리로 이끌었는지 그의 생애를 보면 알 수 있다. (4장 생애와 관련하여)

장자는 꿈에서 깨면 그때 꿈이었음을 알고 크게 깨(치)면 인생도 꿈이라는 것을 안다고 했다. 현실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실재라는 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이 책은 아직 깨지 못한 사람을 깨운다. 그리고 현실과 실재에 대한 소박한 믿음으로부터 깨어난 사람들이 세상과 이웃을 만나 함께 만들어 가는 삶의 방식을 제시하면서 깨어난 사람들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서 얘기한다.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 하인츠 폰 푀르스터는 사이버네틱스라는 영역이 태동하고 발전하는데 지대한 기여를 한 사람으로 그가 전하는 철학적 영감은 구성주의, 체계이론 등 많은 현대의 사상적 흐름에 영향을 주었고 깊이 스며들어 있다.

이 책이 독일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 독일의 한 방송사에서 이 책은 전단지처럼 거리에서 배포해서 여러 사람들이 읽게 하고 싶을 만큼 훌륭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고 하는데 과장은 아닌 듯하다.저자는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라는 제목으로 인식론적 차원과 실천적 차원에서의 두 가지 주장을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첫째, 진리가 ‘진리와 거짓’의 분별을 통해서만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거짓이 있음으로 진리도 있다는 주장인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진리와 거짓의 분별이 우리와 무관하게 바깥에 실제로 있는 분별이 아니라 세상의 다른 분별들(선악, 미추, 정의와 불의, 상하, 좌우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에 의해서 행해지는 분별이라는 점이다. 즉, 진리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혹은) 거짓을 얘기하는 사람(들)의 구성물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발명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둘째, 진리를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라는 주장이다. 진리를 말하는 사람은 세상을 참된 세상과 거짓된 세상으로 나누고, 그에 맞춰서 참된 사람과 거짓된 사람을 나누고 결국에는 진리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전쟁을 낳는다. 스스로 진리(선, 정의, 아름다움 등)를 알고 있고 진리의 편에 서 있고 진리를 독점한다고 여기면서 진리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책임을 감추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