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Book Kids 07

엄마가 전업 주부이건 아니건 간에 무턱대고 집안일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자녀들, 그리고 아빠들에게 이 책은 뜨끔할 만한 내용을 전해줄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아주 중요한'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여서 '아주 중요한'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며, '아주 중요한' 학교에 등교하고 하교하는 자녀, 남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엄마는 이런 자녀와 남편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설겆이를 하며, 청소를 하고, 다림질을 한다. 물론, 회사에도 나가고 말이다.

아직도 초등학교에서 집에서의 부모님 모습을 그려오라고 숙제를 내면 아빠는 신문을 보거나 TV를 시청하고 엄마는 과일을 깎거나 요리를 하는 모습을 그려오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난 뒤 점점 돼지 우리로 변해가는 집안의 모습을 글과 재치있는 그림으로 잘 묘사하고 있는 앤서니 브라운은 이런 가부장적 사고에 물든 남편과 아들을 '돼지'라고 칭하며 그들의 행동이 실제로 돼지와 흡사하다는 것을 무리없이 보여준다.

아직도 식탁에 앉아서 '여보, 밥!, 엄마, 물!'을 외치는 남편과 자녀들이여, 과격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행동이 '돼지'와 다름없다는 것을 언제쯤 알게 될런지. 똑같이 출근하면서도 아내에게 아침상을 요구하는 남편도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혹시 본인들이 돼지에 해당한다고 느껴서 불쾌한지? 그렇다면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출근전에 아내와 아이의 밥상을 챙기고 치워야 한다면, 퇴근하고서도 반복이라면 말이다.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모두 함께 서로를 위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고색창연한 진리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참, 마지막 장을 넘겨 보면 차를 수리하는 엄마의 모습이 나온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고자 하는 멋진 엔딩이 아닌가.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부모가 보면 더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