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의 바티스타 정권을 타도한 체 게바라의 생애를 더듬어가면서, 오로지 이상을 좇다가 이상에 죽어간 한 남자의 숭고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오랜 현지 취재와 체 게바라 관련자 인터뷰를 통해 기존의 체 게바라 관련서들의 번역 오류를 바로잡았으며, 특히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아프리카 콩고에서의 혁명 참여 과정도 자세히 밝혀냈다.

일반

우리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 - 장 폴 사르트르

그는 의지의 힘, 영웅적인 정신, 그리고 인간의 위대함이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숭고한 증거다. -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의 인생에서 딱 한 가지 변절한 것이 있다. 그것은 담배다.
그는 쿠바인 동료들에게 “나쁜 습관을 그만두라”고 진지하게 충고했지만,
혁명전쟁을 거치면서 골초가 되고 말았다.
그도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 담배 한 모금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라!

지금은 티셔츠나 대형 브로마이드의 캐릭터로 더 친숙한 체 게바라.
체의 참모습은 혁명가다. 그는 의사이고 여행자이고 남편이고 시인이며 아버지이고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혁명가다. 이렇게 여러 가지 모습이 인간 체 게바라의 매력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1928년 6월 14일 아르헨티나의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 훗날 그는 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진다. 체는 의학을 공부한 엘리트였지만 남미여행을 통해 질병의 치료보다 세계의 모순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혁명에 뛰어들었다.

- 내가 의학을 막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꿈꾸었던 사상 속에는 혁명가가 된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이 거의 없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유명한 의학 연구자가 되어 인류에 도움이 되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기를 열망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렵 내가 얻고자 했던 건 개인적인 성공이었습니다. 나는 유치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
졸업 후, 특별한 사정과 또 방랑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나는 아메리카(이 경우는 남북 아메리카를 가리킨다- 필자 주)로 여행을 떠났고, 그리고 아메리카를 제대로 알았습니다. (중략) 유명한 연구자가 되거나 의학에 큰 공헌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또 다른 뭔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가난, 기아,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체는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성공시켰지만 정치가로 남지 않고 평생을 혁명가로 떠돌다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에 타국 볼리비아에서 죽었다. 그는 ‘혁명가에게는 승리 아니면 죽음밖에 없다’는, 굳이 말하자면 낭만적인 신조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통제했고, 또 그렇게 삶을 마감했다. 만일 혁명에 낭만주의가 있다면 체는 그것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었다.

- 어떤 나라가 해방되면 우리는 그것을 제국주의 체제의 패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제국주의 체제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이나 단절은 단순히 독립을 선언하거나, 아니면 무장혁명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독립은 한 국민에게 가하는 제국주의적 경제지배가 종식되었을 때, 그때 비로소 달성되는 것입니다. (중략)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피와 땀이 마르도록 생산한 원자재를 국제시장 가격으로 팔아 최신식으로 자동화된 거대한 공장에서 만들어낸 기계를 사는 일에 어떻게 ‘상호이익’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요?
만일 이런 종류의 관계가 수준이 서로 다른 두 국가 사이에 성립한다면, 설령 그것이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제국주의적 착취의 공범자라고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 1964년 UN총회 연설 중에서

이 책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의 바티스타 정권을 타도한 혁명의 로맨티스트 체 게바라의 생애를 더듬어가면서, 오로지 이상을 좇다가 이상에 죽어간 한 남자의 숭고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일본 나오키 상 수상자이기도 한 저자는 오랜 현지 취재와 체 게바라 관련자 인터뷰를 통해 기존의 체 게바라 관련서들의 번역 오류를 바로잡았으며, 특히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아프리카 콩고에서의 혁명 참여 과정도 자세히 밝혀냈다.

- 그 시절, 그는 탁월한 전사였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사이기도 했습니다. 부상당한 동지는 물론 적의 부상병까지 보살피는 진정한 인간애를 보여주었습니다. 무기를 노획한 뒤 그 진지를 버리고 적병의 추격에 쫓기면서 긴 행군을 해야 했지만, 부상자가 너무 많아 누군가 다친 동지를 위해서 남아야 했습니다. 그때 체가 그들과 함께 남았습니다. 그는 몇몇 병사의 도움을 받아 부상병들을 보살폈고, 그 목숨을 구한 뒤에 복귀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그는 우리가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지체 없이 나서는 유능하고 용감한 지휘관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이것은 그의 기본적인 성격 중 하나입니다. 위험한 일이 있으면 기꺼이 그 자리에서 지원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모습은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것은 우리와 함께 싸우는 동지를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랑을 훨씬 웃도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심오한 사상의 소유자여서 대륙의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투쟁에도 꿈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람이었고, 나아가 너무도 애타적이고, 너무도 사심이 없고, 늘 지극히 어려운 일을 완수하기 위해 기쁘게 목숨을 내놓는 사람이었습니다.
- 카스트로, 체의 추모연설 중에서

쿠바혁명에 성공한 후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혁명가로 나서며 피델 카스트로에게 남긴 ‘작별의 편지’
피델,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상념이 떠오릅니다. 마리아 안토니아의 집에서 처음 당신을 만났던 일, 내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던 일, 그리고 혁명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그 모든 긴장들…….
어느 날인가, 우리가 죽으면 누구에게 그 소식을 알려야 좋을지 물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 가능성에 우리는 모두 충격을 받았죠. 그 후 우리는 그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혁명에서는 - 그것이 진짜 혁명이라면- 승리하는 자도 있지만 죽는 자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많은 동지가 승리로 가는 길목에서 쓰러졌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그다지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성숙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현실은 반복되는 법입니다. 나는 쿠바혁명으로 이 땅에서 내가 해야 할 의무의 일부를 완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당신에게, 동지에게, 그리고 당신의, 지금은 내 일부이기도 한 국민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당 지도부라는 직책, 장관이라는 지위, 사령관이라는 계급, 그리고 쿠바 시민권을 나는 공식으로 내놓습니다. 나와 쿠바를 묶어놓을 법적 관계는 이제 하나도 없습니다. 공문서 따위로는 쉽게 끊을 수 없는 성격의 관계는 남겠지만요.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나는 혁명의 승리를 굳건히 하기 위해 성실하고도 헌신적으로 일했다고 믿습니다. 내게 어떤 잘못이 있었다면 그것은 시에라 마에스트라 시절 초기에, 당신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과 지도자와 혁명가로서의 당신의 자질을 빨리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나는 멋진 날들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곁에서 카리브의 위기가 야기한 힘겹고도 빛나는 날들을 우리 민중과 함께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느낍니다.
그때의 당신보다 위대한 정치가는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망설임 없이 당신을 따랐고, 당신의 생각을 익히고, 우리가 처한 위험과 원칙을 이해하고 평가한 것 역시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지금 세계의 다른 땅들이 내 보잘것없는 힘을 원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쿠바 지도자로서의 책임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나는 할 수 있습니다. 작별의 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마음으로 이런 편지를 쓰는 나를 헤아려주기 바랍니다. 나는 이 땅에 건설자로서 나의 가장 순수한 희망을 두고 갑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기고 갑니다……. 또 나를 친자식처럼 사랑해준 국민들을 두고 떠납니다. 그것이 나를 몹시 슬프게 하는군요.
나는 당신이 심어준 신념과 민중의 혁명정신, 가장 신성한 의무를 수행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전장으로 떠납니다. 제국주의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투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이 나를 위로하고 마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해줍니다.
거듭 말하지만, 쿠바혁명이 주었던 모범만 제외하고 모든 책임으로부터 쿠바를 자유롭게 해주렵니다. 만일 타국의 하늘 아래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마지막으로 이 나라 사람들, 특히 당신을 생각할 것입니다. 당신의 가르침과 모범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 행동을 끝까지, 그것에 충실할 수 있게 노력할 생각입니다. 나는 내 혁명의 외교정책과 나 자신을 늘 일치시켰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어디에 있든 나는 쿠바의 혁명가로서 책임을 느끼면서 그에 걸맞게 행동할 것입니다.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후회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쁘게 생각할 따름입니다. 내가 그들을 위해 부탁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국가가 그들의 생활과 교육을 충분히 책임져줄 테니까요.
당신과 우리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끝이 없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겁니다. 말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할 수 없고, 그래 봐야 말장난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 조국 아니면 죽음을!
뜨거운 혁명의 열정으로 당신을 포옹하며.

부모님께 남긴 편지
- 다시 한 번 저는 제 발꿈치로 로시난테의 갈비뼈를 느낍니다. 방패를 챙겨들고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10년 전, 벌써 작별 편지를 한 통 쓴 적이 있지요. 기억하시겠지만 저는 제가 훌륭한 군인도 좋은 의사도 아닌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지금은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군인으로서는 나쁜 편이 아닙니다.
제가 좀 더 깨어 있는 인간이 된 것을 제외하면 본질적으로 변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마르크스주의는 더욱 깊어졌고 순수해졌습니다. 저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민중에게는 무장투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고, 이 확신에 따라 행동할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모험가라 부를 겁니다. 네, 그래요. 그러나 저는 조금 다른 종류의, 내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 모험가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논리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것이 부모님께 보내는 마지막 포옹이 되겠네요.
저는 부모님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다만 그 애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몰랐을 뿐이죠. 제가 제 행동을 너무 엄격히 통제하는 바람에 저를 이해하시지 못했던 일도 있었을 거예요. 저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저를 믿어주세요.
기쁨에 찬 예술가의 심정으로 갈고 닦은 제 의지가 무뎌진 다리와 지친 폐를 지탱해줄 것입니다. 전 끝까지 갈 겁니다.
20세기의 작은 외인부대장을 가끔씩 기억해주세요. 셀리아와 로베르토, 후안 마르틴, 포토틴, 베아트리스, 그리고 모두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그리고 부모님께는 고집 세고 방탕한 아들이 커다란 포옹을 보냅니다.

- 에르네스토

아이들에게 남긴 편지
- 사랑하는 일디타, 알레이디타, 카밀로, 셀리아, 에르네스토에게
너희가 이 편지를 읽게 될 즈음에는 나는 너희 곁에 있지 못할 거야.
너희는 나를 거의 기억하지 못하게 될 테고, 어린 꼬마들은 나를 잊어버릴지도 모르겠구나.
너희 아빠는 자신이 믿은 대로 행동한 사람이었고, 또 자신의 신념에 충실한 사람이었단다.
훌륭한 혁명가로 자라거라. 자연을 정복할 수 있게, 또 기술을 익힐 수 있게 공부도 열심히 하렴. 그리고 혁명은 중요한 일이며, 우리가 제각각 뿔뿔이 흩어지면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나는 너희가 세상 어딘가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길렀으면 좋겠구나. 그것이 혁명가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란다.
얘들아, 언제까지나. 언젠가는 만나자꾸나.
너희에게 아주 커다란 키스와 포옹을 보낸다.

-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