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이 책은 반항은 근본적으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권력의 성채에서 지배자들이 강요하는 굴종과 핍박을 성채 밖의 피지배자들이 인내할 수 없는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피지배자들은 체제를 극복하려는 투쟁에 나선다. 이 투쟁은 개인간의 사적 감정에 지배받는 원한관계와는 다르다. 반항인들은 이 투쟁이 현 체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대의를 민중들에게 설파하게 된다. 그런 대의의 공유는 반항하는 피지배자들의 집단적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힘을 발휘하게 만들어 준다.


일반

“반항인들은 온몸으로 기존의 정신 · 가치 · 체제에 맞서는 고독한 모험가들이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모두 스물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기 형식의 역사 교양서이다. 저자는 사실적 서술 방식으로 반항인들이 역사에 미친 영향을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반항은 근본적으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권력의 성채에서 지배자들이 강요하는 굴종과 핍박을 성채 밖의 피지배자들이 인내할 수 없는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피지배자들은 체제를 극복하려는 투쟁에 나선다. 이 투쟁은 개인간의 사적 감정에 지배받는 원한관계와는 다르다. 반항인들은 이 투쟁이 현 체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대의를 민중들에게 설파하게 된다. 그런 대의의 공유는 반항하는 피지배자들의 집단적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힘을 발휘하게 만들어 준다.

집단적 반항의 힘으로 결집되면 그것은 새로운 권력의 형태를 띠게 된다. 그 권력은 반항의 깃발을 들어 올려 기존 권력의 성채와 맞서 싸우게 된다. 권력의 성채에 접근해 가는 과정은 다양한 형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반항인이 무리를 모아가는 초반부에 그 새로운 권력의 내부에서 투쟁에 대한 과도한 긴장과 기존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면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해서 스스로 와해된다. 그런 경우 내부자의 밀고와 내부 반란 등이 등장한다. 한편 기존 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건강하고 역동적인 권력으로 성장하여 기존 권력을 위협할 정도로 발전하기도 한다. 기존 권력이 민중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도 이 새로운 권력의 향배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기존 권력이 극단적으로 부패하여 반항인의 깃발아래 모여있는 민중들의 의지가 강력하고 그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내부적 경험을 가졌다면 그 힘은 기존 권력의 성채를 허물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떤 경우든 반항이 승리를 획득하는 경우 그것은 혁명이 된다. 기존의 질서는 파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수립된다. 새로 수립된 질서는 새로운 지배체제를 낳고 그 지배체제의 권력자들이 민중들에게 명령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반항으로 수립된 새로운 질서가 대중들의 반대 또는 기존 권력으로 복원시키려는 힘의 반발로 전복되기도 한다. 반동의 출현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반항인들의 성장과 좌절의 과정을 개별적 반항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로 풀어가지만 그 흐름은 맥락을 가진다. 그 각각의 인물들은 역사적 사건의 중심축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역사에 흐름을 부여해준다. 그 흐름을 따라가며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읽어나가면 더욱 더 깊이있게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항의 형태를 말할 때 모든 것이 권력투쟁으로 귀착하는 것은 아니다. 반항은 기존 질서에 대응하여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 사상적 문화적 흐름을 함께 포함하게 된다.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사상가들의 저술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회 출현의 청사진으로 활용된다. 그들의 사상적 학문적 저술이 그들 시대에 곧바로 원용될 수도 있지만 그들 사후 얼마간의 시간이 경과해야 그 성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 자본주의가 심각하게 겪고 있는 불황의 늪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오래전에 쓰여진 자본주의 비판서들을 읽는 경향을 보아도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정치 영역뿐만 아니라 문학 철학 경제학 등 인문학 영역에 깊게 자리한 반항인들을 포함시켜 더욱 흥미있는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민중과 함께했던 반항인들의 삶을 담담하게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반항인들이 실패한 경우 그들은 역사의 반역아로 낙인이 찍혔다. 그런 반항인들은 오랫동안 금기의 대상이었고 그들의 견해에 접근하는 것조차 불허되었다. 그들은 죽을 때에도 구경거리가 되었고 죽어서는 몸뚱이를 빼앗긴 채 저잣거리에 머리가 걸려 손가락질 받기도 하였다. 반항인들은 집을 나서면 언제라도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온몸으로 기존의 정신 · 가치 · 체제에 맞서는 고독한 모험가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죽었다고 그들이 반항했다는 사실이 묻혀지지는 않았다. 그들의 삶이 의미없는 것이었다면 후세 사람들이 그들을 시, 노래, 그림, 소설, 영화, 연극의 주인공으로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낼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이 가지는 의미는 바로 그들이 피지배 민중들의 함성과 거친 투쟁의 숨결을 역사의 무대에 채워 넣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저자는 반항인들이 삶속에서 보여준 열정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의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 책은 또한 지배자로부터 권력을 획득한 반항인들의 교조화된 모습에서 반항인들이 가지는 역사적 오류와 실패 그리고 그들의 한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짚어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반항인으로서 피지배자들의 희망인 동시에 질곡이 되어버린 모습은 우리의 현실에 대비하여 보아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