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아기를 점지해 준다는 삼신할머니의 유래, 들어볼래?

새롭게 태어난 ‘당금애기’ 신화 『탄생의 신, 당금애기라』는 무가(巫歌)의 형태로 전승되어 온 당금애기 신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당금애기’는 ‘삼신할머니’라 하여 생명을 점지해 주는 신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해동조선’의 왕의 막내딸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악한 자의 모함에 빠져 가족과 이별하게 된 당금애기. 어린 시절부터 시중을 드는 금단춘이 옥단춘이와 함께 홀로 남겨져 있는 동안 서천서역국에서 석가여래가 찾아온다. 석가여래는 어린 시절부터 옥황상제의 계시를 받아 둔갑술에 능한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 석가여래가 당금애기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간 후, 당금애기의 몸에서 이상한 징후가 느껴지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당금애기’의 수많은 원전 중 경기도 양평에서 김용식이 구연한 ‘제석본풀이(1968)’를 바탕으로 했다. 굿의 운율을 살려 이야기를 풀어내고 주요 부분을 운문 형태로 보임으로써 무가가 지니고 있는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신화 속 공간과 인물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그림을 통해 신화를 보다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청소년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무속 신화를 꼽자면 ‘바리데기’나 ‘당금애기’를 들 수 있다. 둘 다 여성이 주인공이며, ‘당금애기’는 탄생을, ‘바리데기’는 죽음을 관장한다는 점에서도 서로 비교하여 볼 만한 작품들이다. 특히 ‘당금애기’는 ‘삼신할머니’라 하여 생명을 점지해 주는 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라말에서는신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야야 내 딸이야 버린 딸 바리데기야』에 이어 무속 신화의 원형을 살피고 그 참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탄생의 신, 당금애기라』를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다. 이 신화를 통해 생명의 탄생에 깃든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무가의 맛과 분위기를 한껏 살리면서도 낯선 무속 신화의 세계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휘나 문장 등을 세심하게 다듬었다. 또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는 생동감 있는 그림을 배치함으로써 고전 읽기의 재미를 더욱 배가하였다. ‘이야기 속 이야기’나 ‘깊이 읽기’를 통해 다양하면서도 풍부한 배경 지식들을 접하다 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이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속 신화는 무속에서 믿고 의지하는 신의 이야기이며, 지금도 굿판에서 무당의 노래로 전승되고 있는 구비문학의 하나이다. 특히, 신의 일생과 내력을 밝혀 주는 무속 신화를 서사 무가라 일컫는데, 굿판에서는 이를 ‘본풀이’라고도 부른다. 요즘에는 신화, 전설, 민담 그리고 고전 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고전 작품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무속 신화에 대해서는 낯설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심지어 무속과 관련된 것들을 버려야 할 관습으로 여기고 무조건 배척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무속은 한국의 재래 전통 종교이며, 우리의 고유한 문화적 유산으로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속이 한국인들의 삶과 문화에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금애기’의 참모습과 만나다
‘당금애기’는 지역마다 다양한 신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내용이나 명칭도 조금씩 다르다. 동해안 지방에서는 시준풀이 또는 시준굿, 영남 지방에서는 세존굿, 충북 지방에서는 제석풀이, 전남 지방에서는 제석굿, 제주도에서는 초공본풀이, 평양에서는 삼태자(三胎子)풀이, 평북 강계에서는 성인노리푸념, 함흥에서는 셍굿이라고 부른다. 『탄생의 신, 당금애기라』는 경기도 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이본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1968년에 경기도 양평에서 김용식이 구연한 ‘제석본풀이’를 청소년이나 일반인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 썼다. 이것은 여러 이본들 가운데 가장 이야기가 길며 짜임새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본이다. 또한 구성이 치밀하고 감정 표현이 섬세하여 ‘당금애기’의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무속 신화 속 인물인 ‘당금애기’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빛나는 모성! 어머니는 신이로다
어머니란 존재는 언제나 우리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아이를 열 달 동안 배 속에 품고 있다가 살을 찢는 고통을 견디며 출산을 하고, 그 뒤로도 자식을 키우느라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으신 게 바로 어머니 아닌가! ‘당금애기’, 그녀는 처녀의 몸으로 홀로 세쌍둥이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모진 시련 속에서도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 냈다.
이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은 보조자나 구출의 대상이 아니라 독립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영웅적 면모를 띠고 있다. 열두 대문 안에서 곱디곱게 자란 아름답고 여린 아가씨가 강인하고 꿋꿋한 어머니로 변모한 것이다. 이러한 모성의 힘을 보여 준 ‘당금애기’는 우리들 모두의 어머니를 표상한다. 또한, 새로운 생명을 점지하고 순산을 도우며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 주는 삼신의 근거 역시 바로 이러한 모성에 있을 것이다.
이 신화를 통해 생명의 근원과 탄생의 신비에 대한 무속적 해석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삶과 의식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