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2004년 제132회 아카타가와상 수상작

무라카미 하루키와 류를 잇는 작가 아베 가즈시게,
아쿠타가와 상 수상!

<그랜드 피날레>는 일본 문학계의 양대 무라카미로 불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의 뒤를 이을 작가, 포스트 네트 문학의 중심으로서 현대 일본 문단의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베 가즈시게의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이다.
1994년에 <아메리카의 밤>으로 데뷔한 이래 각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별다른 상을 수상하지 못하여 일본 문학계에서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아베 가즈시게가 마침내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것이다. 데뷔작을 비롯하여 그의 작품들은 몇 차례 이 상의 후보작품으로 선정되었던 전력이 있어서 이번 수상에는 많은 독자들이 “마침내 탔구나!” 하고 환영에 마지않았으며, 평론가들은 “문학이 마침내 아베 가즈시게를 따라잡았다”라고 호평했다.

기존의 근엄하고 진중한 문학을 깨어버리다!
이 책 《그랜드 피날레》에는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인 <그랜드 피날레> 이외에 그의 단편 <마구간 아가씨> <신주쿠 요도바시 카메라>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정통 소설 작법에 준하지 않는 작가 아베 가즈시게. 그는 이번에도 금기시하는 소재를 골라 대단히 소시민적인 주인공을 등장시켜 일상적인 사건인 양 이야기한다. 롤리타 취향을 갖고 외동딸에게 집착하다 이혼당한 사내가 주인공인 <그랜드 피날레>와 성기구 수집 취미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마구간 아가씨>가 바로 그것. 작가는 이렇게 금기시하는 소재를 통해 현대인의 복잡한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_ 그랜드 피날레 -외동딸에게 집착하는 주인공은 롤리타 취향을 아내에게 들켜 마침내 이혼당하고 회사에서도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 고향에 내려온다. 주인공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으로 그래도 20% 정도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진흙탕을 헤매는 듯한 자포자기한 생활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자살을 생각하는 초등학생 두 명에게 연극 지도를 하며 새로운 삶을 희망하게 된다. 그야말로 종말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것이다.
_ 마구간 아가씨 - 성 기구 수집이 취미인 주인공은 어느 날 가게 손님에게 단종된 희귀한 성 기구를 판매하는 상점을 알아내고 찾아간다. 그 상점에서 늙은 노파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30대 후반의 남자를 만나고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그들은 주인공이 찾는 희귀한 성 기구보다 더 멋지고 자극적인 것을 권한다. 그리고 그 멋지고 자극적인 것이란 상점에서 만난 ‘노파’를 의미하는데…….

‘21세기라는 야만의 시대’를 보는 냉정한 시선
아베 가즈시게가 자주 사용하는 소재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바로 지금 유행하는 패션, 음악, 영화, 텔레비전, 인터넷 등의 적극적인 도입이다. 그의 작중 인물들은 반드시 현대적인 과학문명을 앞장서서 향수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혜택에 의해 점점 더 개인화되고 특성화되고 독선적인 성향을 띠어간다. 텔레비전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영되는 전 세계의 온갖 뉴스들은 나날의 논의거리지만 그런 사건들이 이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의 엽기적 성향을 키워나갈 뿐이다.
걸프전에서부터 9.11 테러, 아프리카의 참혹한 실상, 러시아의 체첸 반군 인질사건, 발리 테러사건 등은 이들의 삶의 곁을 어떻게 흘러가는가. 그들의 현실은 클럽 X에서 엑스터시에 취하고 아동 포르노 사진에 취하고 인터넷에 뜬 자살 매뉴얼 사이트에 붙들려 있다. 이러한 ‘21세기라는 야만의 시대’를 작가의 시선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랜드 피날레-위대한 종말’을 꿈꾸는 주인공의 고민이다. 과학문명의 기기를 통한 대화가 아니라 직접 인간의 언어로 시도하는 소통에서 새로운 세기의 난관을 그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현대 사회의 병소를 얄밉도록 차갑게분석한 끝에 아베 가즈시게가 자신과 독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문학을 통한 끊임없는 실험으로 이 작가는 무언가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문학이 마침내 아베 가즈시게를 따라잡았다”라는 아쿠타가와 상 심사위원의 말은 그의 작가적 성장이 마침내 어떤 해답을 도출해낸 데 대한 언급일 것이다.
［인터파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