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인도네시아 꽃띠문학(Chick-lit)의 효시로 평가받는 작품『사만』. 이 소설은 중학교 동창생인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라일라, 야스민, 샤쿤탈라, 촉과 천주교 신부인 사만 사이에 얽힌 사랑 이야기이다. 사만의 종교적 갈등과 고뇌, 그리고 젊은 여성들의 성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와 묘사를 통해 성직자의 종교적 고뇌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인간의 성은 남성만이 주도할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님을 역설한다.

일반

‘인도네시아 칙릿(Chick-lit) 소설을 연 아유 우타미 장편소설’

1983년 그때까지 그의 이름은 사만이 아니었다.
그는 제단 위 세 개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가운데 서 있는 세 명의 남자 중 하나였다.

인도네시아 꽃띠문학을 열고,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출판되다
^d은 인도네시아 ‘꽃띠문학(Chick-lit)의 효시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명성에 걸맞게 이 소설은 중학교 동창생인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네 명-라일라, 야스민, 샤쿤탈라, 촉-과 천주교 신부인 사만 사이에 얽힌 사랑 이야기이다.
시민운동가가 되기 위해 성직을 떠나야만 했던 사만의 종교적 갈등과 고뇌, 그리고 젊은 여성들의 성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와 묘사를 통해 이 소설은 인도네시아의 보수적인 종교계에 특히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교도 수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천주교 신자인 작가 스스로 성직자의 종교적 고뇌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내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젊은 여성 집단의 운명을 말하다
1998년 수하르토가 권좌에서 갑작스럽게 퇴진하고 인도네시아의 민주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와중에서 이 소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전직 신부이며 담임교사였던 사만과 제자 야스민 사이의 성 관계를 묘사한 부분은 인도네시아 전통 문단으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혹자는 흥행을 위한 포르노물에 지나지 않는 소설이라고 ^d을 혹평했다. 서구식 관점에서 여성의 육체를 지나치게 상품화하고 비하한 것은 인도네시아 전통 가치관과 도덕관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d을 호평하는 측에서는 이 소설의 장점을 오히려 작가의 거침없는 문체에서 찾고 있다. 작가가 드러내고자 한 이 소설의 진정한 메시지는 여성들에 대한 성적 차별의 전통과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작가는 ^d을 통해 ‘인간의 성은 남성만이 주도할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서술 관점과 지역과 장소, 시간 단위를 바꿔 가며 꿈과 사회, 신화를 연결하다
이 소설은 유부남을 사랑한 죄의식과 사랑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번민하던 라일라가 결국 사랑을 찾아 이역만리 미국 뉴욕 시내 한폭판 센트럴 파크까지 날아온 장면으로 시작한다. 얼핏 평범한 사랑 이야기인 듯 보인다.

1996년 5월 28일 센트럴 파크
이 공원에서 나는 한 마리 새가 된다. 사계가 없는 나라에서 봄을 찾아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새. 싱그러운 풀 냄새와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온갖 수목의 향기가 가득한 이 공원의 한 마리 새.… 인간은 야생이든 재배든 이 세상에서 생장하는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추위와 태양과 대지의 따스함을 아는 수목보다 자신들이 더 잘 아는 양 말한다. 하지만 동물은 수목을 이름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 과연 아름다움에도 이름이 필요한 것일까?

라일라는 전통적인 도덕관과 가치관에 속박된 여성을 상징한다. 반면에 뉴욕으로 유학을 와 있는 샤쿤탈라는 전혀 다른 여성이다. 작가는 강요된 전통과 관습의 속박에서 벗어나 여성 본연의 자유와 해방을 갈구하는 샤쿤탈라를 통해 이 소설의 주제를 전달한다.

나에게 삶이란 춤이다. 춤은 애당초 육체에서 시작된 것이다. 난자와 정자가 자궁 속에서 결합한 후 40일이 지나면 신이 그 결합체에 숨을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 영혼은 육체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내 육체가 춤을 춘다. 춤을 추는 이유는 그것으로 희비애락을 느끼며 내 피부와 뼈에 대한 끝없는 탐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끝은 죽음이다.
내 육체가 춤을 춘다. 욕구가 아닌 열정의 춤, 고상한 춤, 성욕의 춤, 미궁의 춤.

여기서 우리는 이 소설이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을 읊조리는 넋두리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은영중 샤쿤탈라로 변신한 작가는 오늘날 인도네시아 사회에 팽배한 기존 가치관과 도덕관에 관한 무거운 토론을 작가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필체로 이어 나간다.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남성 위주의 성 관념이 인도네시아 사회에 팽배하게 된 배경을 작가는 서구 식민지 통치의 영향과 독립 후 장기 군사 독재 정권에서 찾고 있다. 그 오랜 기간 사회적, 정치적 권력에 의해 암암리에 자행된 강요라는 것을 샤쿤탈라를 통해 암시한다. 샤쿤탈라의 관점에서 여성들의 성적 종속화는 역설적으로 동양인들이 아니라 서양인들의 짓이다. 그녀의 입을 통해 작가는 은연중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독자에게 일깨워 준다. 작가는 샤쿤탈라를 통해 탈식민지화 과정에서도 서양인들에 의해서 왜곡되고 굴절된 도덕관과 가치관을 답습하는 기성세대에 소리없이 저항한다.
이 소설은 성과 사랑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신세대 젊은이들의 실제 고민이 담긴 목소리를 꾸밈없이 대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옮긴이 후기 중에서



인도네시아 gis대 문학사상 Umar Kayam, Iwan Simatupang의 작품보다 더 훌륭한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 - Faruk H.T. (인도네시아 작가)

이 소설은 정말 성숙하다. 그리고 솔직하다. 정치, 사회, 인간, 종교 그리고 믿음에서 특히 진솔하다. - Y.B. Mangunwijaya (건축가 겸 작가. 가톨릭 지도자)

정말 대단하다. 내가 아는 한 그녀가 제시한 문체는 인도네시아의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해외의 작가 그 누구도 시도한 바가 없는 문장 기법이다. - Sapardi Djoko Damono(시인)

나는 이 소설을 계속 읽을 수 없었다. 그 속에 점점 빠져들어 내가 또 다시 감옥에 갇혀 버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 Pramoedya Ananta Toer(작가. 전 인도네시아 국민문화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