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착한 갱 아가씨》는 씩씩하게 살아가는 미국 학교 속의 한국 아이들, 그리고 한국에서 살면서 미국 학교는 어떨까, 또 미국으로 간 내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체험담이 되어줄 것입니다. 첫 동화집이지만 단단한 구성과 정갈한 문체가 어우러져 따뜻한 인간애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입니다.


아동

파란 눈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처음엔 쭈뼛쭈뼛, 얼굴은 발그레…
하지만 내일은, 내일은 다를 거야!
《착한 갱 아가씨》는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아이들이 겪는 아픔과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입니다. 이 책을 쓴 신정순은 2003년 40대의 나이에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늦깎이 동화작가입니다. 3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아온 작가는 갓 이민 온 한국 아이들이 겪는 이중 문화와 언어의 어려움을 미국 교육 현장에서 몸소 경험하고 느끼면서 엄마로, 교사로, 작가로 살아왔습니다. 이 동화집은 먼 이국 땅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체험을 바탕으로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첫 결실입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주인공은 모두 미국 학교에 다니는 한국 아이들입니다. 시카고 근교에 있는 메이플 초등학교가 그 무대입니다. 낯선 나라에 가서 언어도 피부색도 문화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일은 어린 한국 아이들에게 힘겨운 경험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조기유학이나 이민 등을 통해 실제로 수많은 아이들이 직접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동화들은 그런 아이들이 흔히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아주 사실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강’이란 성이 영어로는 ‘갱(깡패)’으로 발음되는 탓에 놀림을 받는 강민이(), 한국에선 교장선생님이었지만 미국에 와서는 청소부로 일하게 된 아빠(), 영어를 빨리 배우고 친구와 더 가까워지려는 마음에 친구의 말과 행동을 따라하다가 ‘카피캣(흉내쟁이)’이라고 따돌림을 당하는 현영()의 이야기 등 낯선 나라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 이야기가 동화로 되살아났습니다.

낯선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이야기
미국 학교의 한국 아이들이라는 특수한 소재를 이야기 재료로 삼은 이 동화집은 폭넓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 따른 갈등과 소통, 이민 가정이 겪는 혼란과 아픔, 아이들의 성장통, 정체성의 문제 등 우리 동화에서 흔히 다뤄지지 않는 주제들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아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보듬으려는 따뜻한 인간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다섯 편의 동화에서 한국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상처 받고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가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 나갑니다.
먼저 에는 여동생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이를 감추려 하는 인기가 등장합니다. 피부색도 다른 아이들 틈에서 그렇잖아도 따돌림 당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운데, 장애인 동생이 있다고 하면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해 편견 없이 대하고, 또 장애인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는 선생님의 태도를 보고 인기는 동생을 부끄러워했던 자신을 반성합니다.
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민이 이야기입니다. ‘강민’이란 예쁜 이름을 가졌지만 미국에 와서 졸지에 ‘민 갱(mean gang: 치사한 깡패)’이라 불리게 된 민이. 그런데 자신을 가장 많이 놀리던 인디언 아이 캐밥이 과거에 다른 한국 아이로부터 ‘개밥’이라며 놀림을 당했던 얘기를 듣고 캐밥을 너그러이 용서하고 화해합니다.
는 영어를 배우고 친구를 사귀고자 ‘카피캣(흉내쟁이)’이 되어야 했던 현영이 교내 연극공연에서 재능을 발휘하여 ‘창조적인 카피캣’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는 한국에서 좋은 직업을 갖고 있었다가도 미국에 이민 와서는 언어 문제 등으로 인해 단순 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이민 가정의 현실을 잘 담아낸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은 미국 문화를 잘 몰라서 딸아이를 울렸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동화로 풀어냈습니다. 미국에서는 빠진 젖니를 베개 밑에 두면 이의 요정이 가져가는 대신 반짝이는 동전을 두고 간다는 속설이 있는데, 며칠을 기다려도 이의 요정이 나타나지 않자 아이가 그만 울음을 터뜨렸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동화로 바꾸면서 젖니를 지붕 위에 던져놓으면 까마귀가 가져간다는 한국의 속설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작가의 재치가 돋보입니다.
이처럼 다섯 편의 동화는 미국과 한국 간의 문화와 언어 차이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작가가 이 다섯 편의 동화를 통해 전하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문화나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또는 에서 보듯 장애인이라고 해서 차별하거나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동화들은 다민족, 다인종 사회인 미국 같은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뿐 아니라, 다문화 가정이 점차 늘어가고 장애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한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착한 갱 아가씨》는 씩씩하게 살아가는 미국 학교 속의 한국 아이들, 그리고 한국에서 살면서 미국 학교는 어떨까, 또 미국으로 간 내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체험담이 되어줄 것입니다. 첫 동화집이지만 단단한 구성과 정갈한 문체가 어우러져 따뜻한 인간애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입니다.

내용

인기는 갓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 아이입니다. 부모님과 장애인인 여동생과 함께 삽니다. 처음 메이플 초등학교에 등교하던 날, 인기는 자기소개 시간에 여동생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깁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피부색도 다른 같은 반 친구들에게 놀림받을까봐 두려웠던 겁니다. 인기네 반은 정기적으로 장애아들을 교육하는 교내 특수반을 방문하는데, 인기는 여동생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늘 핑계를 대고 빠집니다. 그러다 장애인 아들을 두었지만 이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하는 담임선생님을 보며 자신을 반성합니다.


‘강민’이란 예쁜 이름을 가진 민이는 미국에 오면서 졸지에 ‘민 갱(mean gang: 치사한 깡패)’으로 불립니다. 이름을 가지고 가장 많이 놀리는 사람은 인디언 남자 아이 캐밥입니다. 그러다 수업시간에까지 ‘민 갱’이라고 놀림을 받자 선생님이 재미있는 반전의 기회를 줍니다. 민이더러 반 아이들의 이름이 한국말로 무슨 말과 발음이 같은지 알려주라고 한 겁니다. 엘리 콜리는 ‘얼레꼴레’, 배콥 티는 ‘배꼽 티’……. 그리고 마침내 캐밥을 부를 차례가 왔습니다. 캐밥과 발음이 비슷한 한국말은 당연히 ‘개밥’이지만, 민이는 다른 한국 아이한테 ‘개밥’이라고 놀림을 받았다는 캐밥의 사연을 듣고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밉니다.


미국으로 온 지 얼마 안 된 현영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메간과 단짝친구로 지냅니다. 영어를 배우려고 메간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다 보니 영어도 빨리 늘었습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더욱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메간과 똑같은 옷을 입고 학교를 갑니다. 처음엔 신기해하던 메간은 무엇이든 자기를 따라하는 현영을 못마땅해 하더니 급기야는 ‘카피캣(흉내쟁이)’이라고 놀리며 멀리합니다. 외톨이가 된 현영. 하지만 교내 연극공연이 열리던 날, 주인공인 메간이 다쳐서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자, 현영은 ‘흉내쟁이’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메간 대신 멋진 연기를 선보임으로써 단번에 마을의 스타가 됩니다.


윤수의 아빠는 한국에서 훌륭한 교장선생님이었지만 미국으로 이민 와서는 한인교회의 청소부로 일하십니다. 윤수는 그런 아빠가 안쓰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 교회에 나간 윤수는 교회 목사님의 아들이지만 문제아로 낙인찍힌 데이비드와 마주칩니다. 윤수와의 농구 시합에서 진 데이비드는 일부러 교회 곳곳을 어지럽혀 윤수 아빠를 힘들게 합니다. 그러다 누군가 돌을 던져 교회 유치부 교실의 유리창이 부서지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다들 데이비드의 짓으로 확신하고 추궁하던 중 윤수 아빠가 나타나 데이비드에겐 아무 잘못이 없음을 밝혀냅니다.


미국에서는 빠진 젖니를 머리맡에 두고 자면 이의 요정이 가지고 가는 대신 반짝이는 동전을 두고 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준이는 흔들흔들하던 이가 빠지자 머리맡에 두고 이의 요정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며칠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자 치과에 가지 않고 할머니가 실로 묶어 이를 빼버린 탓이라고 여기며 화를 냅니다. 마침내 이의 요정 이야기를 알게 된 할머니는, 한국에선 빠진 이를 지붕에 던져놓으면 까마귀가 와서 물어갔다가 새 이랑 바꿔온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날 밤 준이는 까마귀가 날아와 새 이를 심어주는 꿈을 꿉니다.

추천사
이 동화에는 미국에 갓 이민 온 한국 어린이들이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하는 아픔과 그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작가의 애틋한 마음이 여실히 담겨 있다. 조기 유학을 꿈꾸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훌륭한 체험담이 되어주며, 점점 늘어가는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의 현실도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해준다. -김용희(아동문학평론가)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과 이중 문화 체험의 복합적 의미를 모두 담고도, 동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