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초국적 기업에 의한 법의 지배』는 트립스 협정의 체결 과정뿐만 아니라 트립스 협정으로 대표되는 ‘지재권 최대주의’의 저항운동이 태동하고 전개되는 과정을 체계적이고 이론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책으로 지재권을 정치학.사회학의 틀로 해부함으로써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었다는 의의도 가진다. 이 책은 트립스 협정의 성립 과정은 물론 한국 사회의 지재권 제도가 그동안 겪은 변화 과정을 분석하는 데에 훌륭한 방법론을 제시해 주며, 지재권 제도의 향후 변화를 단순히 ‘예측’하는 것을 넘어서 지재권 제도의 개혁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지를 안내하는 실천적 함의도 있다.
한국어판을 위해 새로 쓰인 보론에서는 원서가 출간된 이후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트립스 협정 이후에 전개된 제2주기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하기보다는 지재권의 역동적인 정치 역학을 보여 주는 사건들을 나열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일반

초국적 기업에 의한 법의 지배
지재권의 세계화
이 책의 원서는 지재권에 관한 국제규범이 세계무역기구 체제로 편입된 이후(즉, 트립스 협정이 체결된 이후) 이에 대한 저항운동이 부분적 성과를 내던 시점(2003년)에 출간되었다. 트립스 협정의 체결 과정뿐만 아니라 트립스 협정으로 대표되는 ‘지재권 최대주의’의 저항운동이 태동하고 전개되는 과정을 체계적이고 이론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지재권은 법학의 영역이었고 일부 경제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는데, 이 책은 지재권을 정치학?사회학의 틀로 해부함으로써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었다는 의의도 가진다. 이 책은 트립스 협정의 성립 과정은 물론 한국 사회의 지재권 제도가 그동안 겪은 변화 과정을 분석하는 데에 훌륭한 방법론을 제시해 주며, 지재권 제도의 향후 변화를 단순히 ‘예측’하는 것을 넘어서 지재권 제도의 개혁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지를 안내하는 실천적 함의도 있다.

지재권 시대의 시작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이하 신종플루)의 대유행 시기, 타미플루의 특허에 대한 논란은 한국 사회의 지적재산권 논쟁을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데에 중요한 불씨를 제공했다. 당시 수많은 의료?보건단체들은 정부의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e, 특허에 대한 정부 사용)를 촉구하며??공익적이거나 비상업적 목적인 경우에는 정부가 특허를 일단 사용하고 나중에 로슈나 길리어드에게 일정량(대략 3~4퍼센트)의 로열티만 지불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이미 타미플루 강제실시 조치를 취한 중국이나 제네릭 수입을 타진한다는 해외 소식이 보도되면서 정부의 의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행 특허법 106조는 특허권 강제실시를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상황”에만 가능하다고 규정해 놓은 상황이며, 이에 대한 수정 법안은 최근에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여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개정안은 2009년 9월 17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발의해 11월 30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수정 가결되었다. 개정안은 현행 제106조에서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특허권의 ‘수용’과 ‘실시’의 요건과 절차를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다. 특허권 이외의 모든 권리가 소멸되는 ‘수용’과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부의 ‘실시’는 그 효과에 있어서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 제도에 대한 국제적 합의내용인 트립스에서도 이 두 가지 행위를 제32조와 제31조에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특허법은 징발법 상의 재산권 몰수 요건인 ‘비상시’ 규정을 특허권의 ‘수용’뿐만 아니라, ‘실시’에까지 무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정부의 강제실시를 부당하게 제한시켰으며, 효과를 현저히 달리하는 두 행위를 하나의 조문에서 규정한 결과, 강제실시 제도는 특허 독점의 폐해를 막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사문화되었다.)
만약 이 수정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1986년 12월 31일 지재권 관련 법안이 전면 개정된 이후의 첫 개정인 셈이다. 당시 제정된 법률안의 내용을 소략하자면 저작권과 특허권의 보호 기간 연장, 음반 제작자에게 저작권에 준하는 권리 부여, 컴퓨터 프로그램을 보호하는 특별법 제정, 특허권의 남용을 제재할 권한 축소, 지재권 침해자에 대한 벌칙 강화 등으로 이는 곧 2009년 현재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한국인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들이다. 이 책의 옮긴이는 후기를 통해, 당시 법률 제정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그해에 열린 한미 통상 협상이었으며 그 협상은 한국의 의약품 특허 제도를 포함한 지재권 제도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를 몰고 왔고, 이후 1995년 세계무역기구에서 채택된 지재권에 관한 국제협정(트립스 협정)의 전초전이었다고 현재의 지재권 논란의 뿌리를 되짚는다.
타미플루 강제실시에 관한 논란을 통해 우리는, 특허제도에 대한 두 가지 당위명제 즉 특허가 단순히 기술의 사회적 이용을 실현하는 제도로서 보호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독점 등의 문제가 될 경우에 이를 교정하는 제도적 보완 장치 또한 마련되어야 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강제실시’에 대한 정부의 왜곡된 해석과 책임방기의 행태는 미래의 지재권 논쟁에서 대기업과 정부 간 특허권 동맹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바야흐로 지재권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트립스, 지재권 세계화의 역사
1995년에 발효된 트립스 협정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지재권 강화 현상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했다. 트립스 협정이 지재권 강화 현상의 새로운 국면이라고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그 동안 지재권의 세부 사안별로 흩어져 있던 국제조약들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인 협정이 전통적으로 지재권과 관계가 없던 세계무역기구의 우산 아래로 들어갔다. 따라서 세계무역기구의 회원국이 되려면 포괄적인 지재권 협정에 반드시 가입을 해야만 한다. 둘째, 지재권을 무역과 연계했다. 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무역자유화에 역행하는 방향(즉, 지재권 보호 수준을 낮추는 방향)으로는 지재권 제도를 변경할 수 없게 되었으며, 지재권은 이제 경제적 이윤과 투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셋째, 지재권 협정의 이행 여부가 세계무역기구의 감시 체제로 편입되면서 지재권 협정의 이행을 강제할 강력한 수단으로 무역 보복 조치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세 가지 특징 때문에 트립스 협정은 이전과는 달리 이른바 전 지구적 차원의 지재권 체제, 그것도 무역 보복이라는 강력한 ‘이빨’을 가진 체제로 작동하게 된다.
트립스 협정이 새로운 차원의 지재권 규범을 만들었지만 이것이 지재권 강화의 완결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트립스 협정이 자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결국 협정 체결에 동의를 했던 개도국들은 트립스 협정이 지재권 강화의 완결판이기를 기대했고 그래서 트립스 협정에 규정되어 있는 지재권 보호 기준을 ‘꼭대기’로 생각했지만, 지재권 강화를 추진해 온 미국이나 유럽연합은 트립스 협정을 ‘밑바닥’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연합은 트립스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자유무역협정이란 이름의 쌍무협정이나 지역협정을 통해 지재권의 보호 기준을 더욱 강화해 오고 있다. 이처럼 지재권이 전 세계적 차원의 제도로 강화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초국적 기업에 의한 법의 지배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화가 초국적 자본가계급의 경제적 권력을 강화했고, 이들은 정치적?경제적으로 가장 힘 있는 국가들과 연합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지구적 차원의 규범을 만들었다는 구조 중심의 거시적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재권 강화 현상에 대한 이러한 구조론적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수전 K. 셀 교수는 구조론적 설명의 한계를 드러내기 위해 트립스 협정을 세계무역기구의 다른 협정들과 비교한다. ‘서비스에 관한 일반 협정’과 ‘무역 관련 투자 조치’ 역시 트립스 협정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화라는 동일한 물질적 조건에 놓여 있었고 트립스 협정을 추진했던 국가/자본가계급과 동일한 행위자에 의해 추진되었지만 그 결과는 트립스 협정과 매우 달랐다. 또 트립스 협정이 체결된 바로 다음 해에 추진되었던 ‘세계지재권기구 저작권 조약’ 역시 구조론적 설명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셀 교수는 구조 변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해석론은 ‘서비스에 관한 일반 협정’이나 ‘무역 관련 투자 조치’, 그리고 ‘세계지재권기구 저작권 조약’과 트립스 협정의 차이점, 그리고 이러한 차이점 이면의 정치적 과정을 포착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주장한다. 행위자와 이 행위자가 구조와 상호 작용하는 동적인 과정을 분석해야만 지재권 강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셀 교수는 트립스 협정의 성립 과정과 그 성공적인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12명의 초국적 기업 대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계 다국적기업 대표 12명이 지재권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지재권 강화를 위한 전 방위 로비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 1986년, 그러니까 트립스 협정이 체결되기 10년 전이다. 이들의 10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이 트립스 협정의 성립에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저자가 12명의 행위자 중심의 미시적 접근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행위자 중심의 미시적 접근 역시 구조와 행위자 간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맥락과 구조를 무시하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조화된 행위자’, 다시 말하면 구조에 배태되어 있는 행위자란 개념이 등장한다. 구조화된 행위자 개념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행위자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상태 조절된다. 즉, 행위자의 이해가 구조와 불일치하게 되면 행위자는 자신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을 취하는 구조적 상태 조절을 받는다. 둘째, 행위자는 스스로 만들지 않은 맥락에서 구조와 상호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구조와 행위자의 상호 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다. 구조는 제도를 바꾸고 새로운 행위자를 만든다. 이 새로운 행위자는 다시 제도를 바꾸고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 구조화된 행위자의 산물인 트립스 협정은 이러한 상호 작용을 통해 탄생했다. 여기서 제도란 법률이나 국가기구 그리고 국제기구를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트립스 협정의 성립을 이끈 구조와 행위자의 상호 작용을 검토하기 위해 두 개의 장(3, 4장)을 할애해 미국의 제도 변화를 추적한다. 그 다음, 국제적 차원에서 일어난 구조와 행위자의 상호 작용을 분석하기 위하여 다국적기업 행위자들이 국제기구와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리고 이들이 유럽연합과 일본의 사적 부문 행위자들을 어떻게 결집했고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한다(5장).
트립스 협정으로 대표되는 지구적 지재권 규범의 성립 과정은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트립스 이후에 등장한 지재권 최대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트립스 협정은 이제 새로운 구조가 되면서 지재권 최대주의에 저항하는 새로운 행위자들을 만들어 냈다. 에이즈 치료약을 중심으로 시작된 의약품 접근권 운동의 활동가들, 종자 특허와 유전자 특허를 ‘생명 해적질’이라고 비판하는 농민들과 소비자 단체들, 저작권의 과다한 확장에 반기를 드는 공정 이용 지지자들은 트립스 협정이 만들어 낸 새로운 행위자들이다.
이들 역시 트립스 협정을 기획했던 다국적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구조화된 행위자’로서, 이들이 구조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가에 따라 트립스에 대한 저항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트립스를 성립시킨 행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트립스에 저항하는 행위자 역시 트립스가 초래한 제약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적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활용하여 지재권 담론에 저항하는 포괄적인 의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지재권 제도의 변혁을 꿈꾸는 독자라면 이 책의 6, 7장과 한국어판 보론을 정독하기를 권한다.

트립스 협정 이후 한국의 제도와 이념의 변화
한국의 지재권 제도는 1908년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조약을 통해 도입된 이후 사회적 합의 과정은 생략된 채 줄곧 외부의 강압에 의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이러한 외부 강압의 원천을 이 책은 선명하게 보여 준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의약품 특허는 바로 통상보복을 무기로 한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1986년에 한국이 수용했던 제도이며, 이후에도 미국은 매년 통상장관회담 형식으로 지재권의 지속적인 강화를 요구해 왔다. 이것은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20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미 통상 협상은 통상 보복을 무기로 한 미국의 강압에 의해 시작되었던 반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은 한국 정부의 요구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지재권 보호를 주장하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의 지재권 제도를 그대로 수입하기로 한 한국 정부는 지재권 보호 강화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유럽연합과도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제네릭 제약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이렇게 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지재권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보호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지재권 최대주의를 자발적으로 수입하는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지재권 제도 변화는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통상 압력과 이에 대한 한국의 일방적인 양보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사적 이해가 국가 간의 협상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굴절되어 한국 사회에 투영되는 과정에서 제도의 수입뿐만 아니라 이념의 수입을 동반했고, 이는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행위자를 만들어 냈다.
한국 사회의 새로운 행위자는 미국이나 유럽연합과는 달리 사적 부문 행위자가 아니라 지재권 업무와 직접 관련된 행정 관료 집단이다. 이들은 사적 부문 행위자들과 달리 정책을 집행할 권한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와 행위자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인 제도를 강력하게 장악하고 있다. 또한 행정 관료들은 전문성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지재권 제도는 행정 관료라는 새로운 행위자들에 의한 내부자 거버넌스(internal governance)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직까지 이들을 견제할 저항 세력은 존재하지 않거나 태동기에 있다. 저항 세력이 조직적 행위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지는 구조적 제약을 극복할 대항 의제를 이들이 어떻게 제시하느냐, 구조의 본질적인 변화는 물론 미시적인 변화, 권력과 자원의 불평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1990년대부터 권리 보호를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한국의 지재권 제도,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저작권 침해 단속, 공공연구 성과와 대학교수의 연구물을 특허로 사유화하는 사회, 저작권 침해로 3회 이상 적발되면 인터넷 계정이 삭제되고 해당 게시판까지 폐쇄되는 이른바 ‘저작권 삼진아웃제’의 도입, 피투피(p2p)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부담해야 하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엄격한 저작권 보호 의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전략의 하나로 추진되는 지재권 보호의 강화 등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우리가 경험적이고 현상적 수준에서 파악하는 것 이면에 어떤 기제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 이 책은 이를 위한 이론적, 실천적 지식을 제공한다.
덧붙여 한국어판을 위해 새로 쓰인 보론에서는 원서가 출간된 이후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트립스 협정 이후에 전개된 제2주기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하기보다는 지재권의 역동적인 정치 역학을 보여 주는 사건들을 나열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허 발명의 강제실시와 관련된 트립스 협정의 개정,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최대주의의 확산과 이에 대한 저항, 의약품 접근성 문제와 의약품 개발 문제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논의, 트립스 플러스에 저항하는 태국의 운동들, 백혈병 치료약을 둘러싼 한국에서의 투쟁, 필리핀과 인도,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와 개발 의제, 미국 대법원을 중심으로 최근 불고 있는 특허 친화 정책의 변경. 미국의 정책 담당자와 학자, 과학계는 미국의 지재권 정책이 기술혁신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트립스를 추진했던 사적 부문 내부의 분열(IT 기업과 화학, 제약 기업 간의 분열)과 미국 사법부를 중심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정책 변화는 지재권 최대주의를 골자로 한 현행 제도를 재검토할 정치적 기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