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항상 불안하고 공허한 현대인들의 모순을 에리히 프롬이 남녀 투쟁의 관점에서 다룬다. 수천 년 간 지속되어오는 남성과 여성들 사이의 투쟁을 프롬은 ‘게릴라전’으로 명명하고, 그 갈등의 핵심문제를 심리학적으로 파헤친다. 억압이 있는 곳에는 투쟁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남성과 여성의 우위를 겨루는 지배구도의 틀에서 벗어나 성별특유의 본성 표현에 시각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자기사랑을 부인하게 만드는 모든 종교의 원리, 철학의 원리를 통렬히 비판한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이 두려움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곧 서로에 대한 증오를 낳는다. 또한 자신 밖의 권위에 종속시키려드는 권력의 힘이나 마케팅 지향적인 사회성격의 모순을 단호히 질타한다. 자신마저 수단으로 여길 것을 강요하는 사회를 벗어나서, 스스로와의 거짓 없는 만남과 생명사랑의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일러주고 있다.

일반

우리는 불안하고 외롭다. 공허한 삶으로 내몰린 우리들은 결코 충족되지 않는, 형체 없는 갈망만을 의식할 뿐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불안해한다. 두려움과 불안감에서 도피하고자 발버둥치지만 그럴수록 더 고립되어가는 개인들의 현실, 존재의 불확실성이다. 근본 원인은 간단하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생명의 근원인 사랑과의 연결고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 책에서 이러한 현대인들의 모순을 일찌감치 간파한 에리히 프롬은 남녀 투쟁의 관점에서 사랑과 성의 문제, 모권사회의 문제를 다룬다.

이 책에서 프롬은 현 사회의 치유의 열쇠를 바흐오펜의 모권이론에서 찾아본다. 저 멀리 어머니 중심의 원시사회에서부터 권위주의적인 가부장제사회 및 현대인의 마케팅 지향적인 성격으로 특징지어지는 현 사회에 이르기까지 사회발전을 프롬은 바흐오펜의 이론에 기대어 그 실마리를 풀어본다. 어머니 중심의 원시사회에서는 여성의 자연적인 출산 능력과 아이의 능력과 상관없이 아이를 보듬는 모성애, 즉 조건 없는 사랑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학문적으로 풀이해보고자 했던 바흐오펜의 정신에 프롬은 열렬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발현되는 사랑의 힘이 인류애와 모든 평등의 원천임을 찾아낸 바흐오펜의 이론을 프롬은 자신의 사랑 개념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어머니 사랑에서 아버지 사랑으로 넘어가야 한다. 인류는 더 이상 모권 중심의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권 중심의 사회를 이루었지만 모권사회의 핵심 가치를 버리고는 더 이상 사회가, 인간이 발전해 나갈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고찰을 기본으로 현 가부장적 사회의 뒤틀림을 지적하고 동시에 남녀가 관계 맺을 때 파생되는 갈등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수천 년 간 지속되어오는 남성과 여성들 사이의 투쟁을 프롬은 ‘게릴라전’으로 명명하며 그 갈등의 핵심문제를 심리학적으로 파헤친다. 억압이 있는 곳에는 투쟁이 있다는 것이다. 프롬은 남성과 여성의 우위문제, 즉 어느 쪽이 더 강한 성인가를 놓고 겨루는 지배구도의 틀에서 벗어나 성별특유의 본성 표현에 시각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인 차이에서부터 서로 동등할 수 없다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한 측과 그 타고난 차이마저 완강히 부인하며 남녀는 동등할 수밖에 없다는 또 다른 측, 이 양 측간에 벌어지는 이론 논쟁을 프롬은 되짚어보며 차이를 인정하든 않든 한 성이 다른 성을 억압하면 안 된다는 자신의 논지를 개진시켜나간다.
남녀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타고난 성이 아니라, 지배적인 사회성격이 남성과 여성의 관계맺음을, 인간들 모두의 관계맺음을 규정한다고 본다. 즉 성별문제는 모권적인,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 기인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성격학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기 자신으로 존재함을 멈춘 채, 시장의 욕망, 성취, 타인의 기대를 따라, 정해진 역할이 지배적인 마케팅 지향적인 성격(모든 것을 사고파는 것으로 생각하며 끊임없이 소유하여 욕망을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성격)으로 변해가는 것이 현 사회의 특징이며,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프롬은 역설한다.
프롬의 사유는 이 책에서도 현 사회성격의 지향성을 비판하며 긍정적인 삶의 방향을 구축할 것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인간들의 심층에 잠복하고 있는 사랑과 증오는 개인의 인간 성격과 인간들 서로간의 관계맺음을 방향 짓는 열려진 문들이다. 어느 문으로 들어서는가에 따라 인간들은 사랑으로 기울 수도 증오로도 기울 수 있다. 각 개인의 성격은 사랑과 대립의 줄다리기에서 빚어진다. 이러한 심층적인 기본상황을 바탕으로 프롬은 남성과 여성 각각의 두려움을 분석한다. 현대 사회에서 실패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 홀로 남겨짐에 대한 여성의 두려움, 이를 극복해나가는 성장 과정에서 자아가 약화거나 강화되는 성격구조의 틀이 형성되고, 사랑과 증오의 본바탕도 만들어진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을 세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면 타자도 사랑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자기를 사랑하는 자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본다. 증오도 마찬가지다. 타자에 대한 증오는 결국 자기증오에서 나오는 귀결이다. 그러기에 프롬은 자기사랑을 부인하게 만드는 모든 종교의 원리, 철학의 원리를 통렬히 비판한다. 또한 자신 밖의 권위에 종속시키려드는 권력의 힘이나 마케팅 지향적인 사회성격의 모순을 단호히 질타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수단으로 삼으려드는 사회에 길들여지고 있다. 점점 사회는 우리 자신마저 수단으로 여길 것을 강요하고 길들이고 있지 않은가. 이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자신이 스스로와의 거짓 없는 만남을, 생명사랑의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일러주고 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그것들이 자유롭고 생동하여 사랑으로 커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갈망을 해결하는 근본해법이 되지 않을까하고 묻는다. 그것이 삶을 긍정하는 태도이자 존재 모두에 깃들인 생명에 대한 사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타인을 사랑하기란 그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는 배려이며 우리 본연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중이다. 파괴와 죽음으로 치닫는 현 사회가 안고 있는 파괴성은 이제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 프롬의 분석은 생명사랑의 참 본질을 일깨우려는 부단한 노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프롬의 책들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충족되지 않은 삶의 갈망을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롬은 이 모두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것, 이것은 빨리빨리 해서 성취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성관계에선 그리 할 수 있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요속의 환희 없이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