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의 소설은 보통 사람들이 겪기 힘든 어떤 경험을 밑재료로 하여, 말하자면 색다른 재료로 만든 음식이 아니다. 이미 대개 알고 있을 법한 평범한 재료를 그만의 독특한 양념으로 버무리고 지지고 볶아 독특한 질감의 맛을 내는 요리법을 구사한다. 사실 (선험)이란 작품도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 흡입에 의한 질식사나 폭발에 의한 폭발사라는 익숙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평범함 속에 지겨울정도의 느릿느릿한 서술과 진행으로 우리의 익숙함을 파괴하고, 오히려 그 속에서 눅진할 정도로 생활 속에서 느끼기 마련인 여러 관념들을 적절히 구사하거나 삽입하여 독특한 맛깔을 낸다. 가령 전자레인지에 불을 켜고 다시 불을 꺼서 가스가 새게 만드는 법을 장황히 서술한 다음, 작가는 그럼에도 더욱 능청스럽게 이를 다시 붙들고는 이렇게 말한다. - 임규찬(문학평론가)

고정욱( 저자)

1960년 서울 출생. 경성고등학교 졸업.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 문학박사, 현재 성균관대학교 강사.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선험>당선, 어린이 저서로는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약속>, <괜찮아>가 있음. 장편소설 <원균 그리고 원균>, <세종로 1번지>(여백)이 있음.

1. 짧은 이야기
- 연심이
-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때를 말하는 사나이
- 송아지
2. 새로운 이야기
- 선험
- 파이프 시설
- 아주 약한 줄칼 하나
- 바퀴벌레와의 전쟁
3. 오래된 이야기
- 무너지는 벽
- 내림굿
- 그녀의 다이어트
- 날지 못하는 자의 미국
- 아버지의 방주
4. 해설 / 임규찬 양념맛에 능통한 이야기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