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공수』의 내용은 무당의 집을 찾는 작중 주인공이 무당의 입을 통해 내려받게 되는 ‘공수(무당의 입을 빌려 신이 인간에게 의사를 전하는 일)’와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삶이 맞물리면서 전개되는 35개의 짧은 이야기이다.
성 소수자,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대형유통플랫폼사업에 뛰어든 소상공인 이야기 등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사유(思遊)거리’를 압축된 서사 방식으로 엮었다.
저자 정보
오미호( 저자)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졸업 《인천뉴스》 인터뷰 전문기자
늘 종종댄다. 또는 기웃거리거나 서성인다. 길을 걸을 때는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급하게 걷는다. 음식을 먹을 때는 누가 뺏어 먹을세라 허겁지겁 먹는 편이다. 한때는 거울을 끼고 살면서 차분하고 교양 있으면서도 귀티 나는 자태와 말본새를 훈련하며 발버둥 치기도 했다. 별반 성과도 없고 해서 바람이 연하게 불던 어느 날 그냥 포기했다. ‘시간 강박증’이라는 병명으로 스스로를 확진 짓고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지금은 ‘나’라고 생각했던 ‘나’마저도 툭 떨어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대놓고 종종댄다. 여기저기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기웃거리거나 서성인다. 길을 가다 종종대거나 서성이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본다면 그는 아마도 또 다른 ‘나’일 것이다.